중국과의 국경을 통한 북한의 무역량은 연간 2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의 투자로 새 공장이 건설되는 등 활기를 띠고 있어 김정일 정권은 붕괴는 커녕 약화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지가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의 신의주를 연결하는 우의교(友宜橋)를 통해 하루 225대의 트럭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냉장고를 비롯한 각종 미국 .유럽 상품을 실은 화물선 컨테이너들이 이런 트럭에 실려 평양 등지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전기제품과 스테인리스 제품, 가전제품 등을 수입, 지난해 4.4분기 무역량이 2배로 늘어났으며 중국의 투자로 유리공장이 새로 건설되고 철강 공장 2개가 개조됐다고 전했다. CSM은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는 붕괴론자들이 좌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난 연말 서방 언론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 철거 사실과 곁들여 북한 주민들의 불만 표출을 보도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북한 정권 붕괴론은 미국의 희망사항일 뿐 이런 시나리오는 6자회담에서 점점 더 무게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시 정부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붕괴이론 자체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붕괴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미 국방부의 정보 전문가와 국무부 소식통들, 그리고 평양 주재 외교관들 및 다양한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미국이 북한 정권 붕괴에 희망을 걸거나 중국을 설득시켜 북한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희망을 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국제위기그룹의 티모시 새비지는 "미국에서는 아직도 붕괴론이 주된 정책이며 신봉자도 많지만 문제는 이 이론이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협력에 의존한다는 것"이라면서 이 두 나라는 협력의 가능성이 가장 작은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러시아 외교관은 "노동당과 군은 돈을 갖고 있으며 필요한 곳에 조심스럽게 돈을 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권 붕괴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문제점은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하고 6자회담에 나설만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노련한 한 전문가는 "우리는 김정일에게 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과 중국이 정말로 역할을 맡겠다면 압력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미군이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배치되고 난민들이 몰려와 수십만명의 조선족과 섞이면서 치안 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을 중국이 원치 않는다는 것. 북한 전문가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신속히 이동시키지 못해 미국이 북한에 초점을 맞출 수 없게 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입지가 2년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중국과 한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몽골 등 인근국가들과의 관계도 호전되고 있고 90년대말 기근을 초래한 가뭄과 홍수도 재발하지 않은 것도 북한 정권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SM은 미국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6자회담에서 북한을 뺀 나머지 국가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기 때문에 북한을 고립시키는 `5:1'의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일본만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2:4'의 상황이라며 단둥에서 목격되는 활발한 물자교류를 보면 이런 문제들은 머나 먼 곳의 일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