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모자란 점은 역사적관점의 결여다. 이번에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한ㆍ일간, 중.일간 갈등을보면서 이 지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미국에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는 지난달 8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뒤 지난 한달 동안 미 정부 안팎의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최근 교착상태인 북한 핵문제 대신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동북아 3국 간정세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파악한 결과를 이같이 정리했다. 홍 대사는 그동안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해 콜린 파월전 국무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부장관 등 전현직 고위관계자들과 민간 연구소,언론계 등을 두루 접촉해 과거의 인연을 되살리거나 상견례를 가지며 한ㆍ미관계와북한 핵문제에는 물론 일본의 독도 도발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관련한 `역사 외교'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미 의회가 봄방학을 마치고 재개함에 따라 앞으로는 의회 관계자들과도 활발하게 접촉할 예정이며, 이들 면담 결과를 토대로 내달 중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워싱턴 외교무대 데뷔 연설을 통해 한ㆍ미동맹과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주미대사로서 정부 입장과 자신의 활동 방향 등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다음은 홍 대사와 9일 가진 전화 인터뷰 요지. --주미대사 한달 소감은. ▲내 집같이 됐다. 처음엔 여러 가지 어색한 점도 있었는데, 봄도 되고 날씨도좋아져서 그런지 이제는 옛날 (워싱턴 살던) 생각도 나고, 이곳 생활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동안 파악한 한ㆍ미관계 현 주소는. ▲내가 부임한 후에도 잔잔한 여러 현안이 터진 데다 일본과 독도, 교과서 문제등으로 해서 동북아 전체에 민족주의 비슷한 게 부상되면서 미국이 많이 걱정하는것 같다. 한ㆍ미관계 이곳 저곳을 보면 신경쓰이는 문제가 많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서로 좋아하는 게 가장 큰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각자 입장이 조금 다른 가운데서도 백악관을 보면, 양정상 간 인간적인 상호 호감을 바탕으로 현안을 잘 다듬어 가겠다는 우호 분위기를확인할 수 있다. --한ㆍ미간 `이상 기류'를 파악한 것은. ▲이상기류라기보다는 지난 2년 간 죽 있어온 일이다. 한ㆍ미관계가 일방적인관계였다가 우리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미국 도움없이 오늘이 어떻게 있겠느냐는 생각할 것이고 또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이고, 그래서 아직서운한 감정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좌파가 주일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다가 최근엔 엄청난 밀월관계이니(더 대조되는 것이다. ) --한ㆍ일간 독도, 역사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한ㆍ일, 중ㆍ일 갈등을 보면서 미국도 동북아 문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아닌가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상대에 대한 기본 전략을 감안하면, 중ㆍ미관계가 대결구도로 가는 것은 절대 아니고, 기본적으로 우호관계의 큰 흐름에 있다. 다만 미국이 중국 국력의 상승을 의식하는 게 상당히 느껴지며, 그런 점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축으로 미ㆍ영동맹의 아시아판이라고 할 미ㆍ일동맹을 보고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독도와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보면서, 그런 문제(구도)를재고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한ㆍ중ㆍ일 관계를 간단히 봐넘길 일은 아닌것 같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3월 하순 방한 때 이들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상세한 설명에도 무응답이었는데, 그 사이 변화가 생긴 것인가. ▲라이스 장관에게 큰 변화가 있겠나. 그러나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 후에도 상황이 크게 고조되지 않았나. 미국이란 사회는 (한 개인의 생각보다) 전체 워싱턴 분위기가 중요하다. 민간연구소 사람들도 그렇고, 상당히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론 미ㆍ일동맹이 중요하며 굳건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변했다고는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관련해 중국과 한국이상당히 강하게 나왔지 않은가. 미국에서 새로운 인식하에 연구.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도 "한국이 보잘것없는 섬과 과거 일에 매달리며 정작 중요한 북한 핵문제를 외면한다"는 수준의 인식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런 게 이 사람들의 문제점이다. 나는 미국측 인사들을 만날 때 외교적으로표현하긴 하지만, 우리(동북아) 지역 문제에 대한 미국 정책의 모자란 점을 지적한다면 역사적 관점의 결여라고 말해준다. 미국 사람들이 이번에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과 중국이 반응했다. 미국 사람들이 놀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고본다. 물론 현실 정책으로 표현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과 일본 언론에 인용된 미ㆍ일 정부 관계자들은 북핵 문제의 `6월 시한'을 말하는데,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은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이는 파월전 장관 및 아미티지 전 부장관을 만나서도 확인한 것인데, 부시 1기 때 "부시 대통령이 자기 다음으로 큰 인내심이 있었다"고 파월 전 장관이 그러더라. 6월 시한이라는 게 어떤 정책으로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 시점이 되면 강경파가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나 고위직에서 시한을 설정해두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홍 대사에 대해 대사로서 활동보다는 `정주영 별장 구입'과 같은 화제성 얘기가 더 자주 회자되는 것 같다. ▲몇 사람과 얘기 도중 재산공개 얘기가 나와 어차피 그 얘기가 (국내에서) 화제가 될 것 같아 잠깐 설명한 게 그렇게 크게 보도됐다. --내달 5월 러시아에서 한ㆍ미정상회담 계획은.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 60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부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외에 다른 정상회담 일정은 일체 없는 것으로 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