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파동과 관련해 중국 역시 외교라인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하는 한편 정부 대변인이 나서 일본교과서의 개악을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을 유심히 보면 우리와는 다른 점이 발견된다. 교과서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문제로 중국과 일본의 경제협력 관계가 손상돼선 안 된다"(친강 외교부 대변인)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과서 왜곡과 경협을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과의 정치·경제적 실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대처방식을 좀더 깊게 들어가 보면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 문제를 단순 민족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경제 질서라는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국 유력경제 주간지인 중국경영보의 보도는 이를 보여준다. 이 신문은 '일본이 최근 독도와 댜오위다오(釣魚島) 등 영유권 문제,교과서 개악 등 보수화 성향을 보이는 건 동아시아 경제패권 장악을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그동안 탈(脫)아시아 성향을 보였던 일본이 아시아로 돌아와 아시아경제의 일본화(日本化)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의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오히려 중·일 경제협력 강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쉬즈셴(徐之先) 연구원은 "중국과 일본의 공동이익을 찾아 이를 확고히 뿌리내리는 체제를 만드는 게 일본 문제의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 일·중 경제무역 의존도 심화,인적교류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높여 일본의 동아시아 경제패권 야욕을 흡수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논리가 중국정부의 교과서 대응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면서도 실익을 찾아 나서려는 중국의 대응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