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영광재현'을 위해 올시즌 의욕적으로 출발한 프로배구 2005 KT&G V-리그가 치열한 한 달간의 전기리그 승부를 끝내고 잠시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2월 20일 개막전에서 남자부 현대캐피탈(9승1패)이 '무적' 삼성화재(9승1패)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이변'으로 시작한 프로배구는 전기리그 마지막까지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치열한 선두다툼이 이어져 배구팬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성공했다. 여자부에서도 '만년 2위' 도로공사(6승2패)가 노장과 신예의 조화를 바탕으로현대건설(5승3패) 및 KT&G(5승3패)와의 박빙승부 끝에 전기리그 1위를 지켜내는 이변을 연출하며 V리그 첫 우승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한 성과다. 하지만 남자부 4개팀만 프로로 전환됐고 여자팀들은 하반기에나 프로화가 이뤄지게 되는 반쪽짜리 '프로배구'에 따른 관중몰이 실패와 연고의식 부족은 후기리그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이 해결해야 할 난제로 남았다. ▲현대캐피탈-삼성화재 끝없는 '라이벌전' 올해 V리그 개막에 앞서 배구팬들은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에 주목했다. 현대캐피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개막전에서 삼성화재에 역전승을 거둬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올해 두차례 만나 1승1패의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마침내 나란히 9승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득실률에서 삼성화재가 앞서며 1위로 전기리그를 마쳤다. 하지만 LG화재(6승4패)가 득점 1위(279점) 이경수의 '원맨쇼'를 앞세워 3위를차지했을뿐 대한항공(3승7패)과 초청팀인 한국전력(3승7패) 및 상무(10패)의 3약(弱)구도는 배구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도로공사의 '탄탄대로' '3강2약'체제로 막을 내린 여자부에서는 도로공사의 도로공사(6승2패),KT&G(5승3패),현대건설(5승3패)의 치열한 승부다툼으로 흥미를 유발시켰다. 여자배구 겨울리그 5연패를 달성했던 현대건설은 장소연의 은퇴와 구민정의 부상공백 때문에 개막전 진땀승 이후 3경기 연속 퍼펙트 패배를 당하며 수렁에 빠졌지만 정대영과 한유미의 활약으로 4연승을 챙겨 가까스로 3위를 지켜냈다. 도로공사는 개막전에서 현대건설에 잡힌 이후 5연승의 파죽지세로 1위를 굳히며현대건설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후기리그에서의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다. 반면 나란히 2승6패를 거두는 데 그친 LG화재와 흥국생명은 대어급 신인 나혜원과 황연주의 활약속에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움만 남겼다. ▲그들만의 리그(?) "홈앤드어웨이 없는 프로경기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V리그 전기리그를 진행하는 동안 현장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KOVO의 어설픈 행정을 성토했다. 프로화는 이뤘지만 기존 실업리그와 차별성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 연고지에 따른 홈앤드어웨이 방식이 도입되지 못해 연고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기만 하다. 급하게 진행된 프로화와 이에 따른 경기장 섭외가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게 KOVO의 설명이만 결국 무리한 프로화가 부른 부작용이라는 데 현장 지도자들은 원인을 찾고 있다. 여기에 1주일동안 한지역에 머물며 대부분 낮경기로만 경기가 열리다보니 관중들을 불러 모으는 데 실패했고,결국 인근 초중교 학생들로 이뤄진 '동원관중'으로텅빈 관중석을 채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지역연고제에 역행하는 들쭉날쭉한 리그일정이 팬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