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꺼리는 것중의 하나가 벙커샷이다. 왜 그런가. '벙커샷은 어렵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치기 전부터 실수를 걱정하는 탓에 두려움이 앞선다. 자연히 스윙이 위축되며 미스샷이 나오는 것.벙커샷,특히 그린사이드 벙커샷(폭발샷)은 기술적으로 쉬운 샷에 속한다. 볼이 아니라 볼뒤 '일정 지점'을 가격하기만 하면 되는 까닭이다. 물론 볼부터 먼저 치거나 볼에서 너무 먼 지점을 쳐 실수할수 있는 가능성은 있으나 '일정 지점'을 치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다. # 기본원리는 벙커샷(폭발샷)은 기본 원리만 알면 아주 쉽다. 벙커샷은 스탠스와 클럽페이스를 오픈하고 목표 왼쪽을 겨냥한뒤 '아웃-투-인'의 스윙으로 볼 뒤 약 2인치지점을 쳐주는 것이 기본 원리다. 물론 볼의 라이나 턱의 높이,홀까지의 거리 등에 따라 테크닉이 조금씩 달라질수 있으나 원리는 같다고 보면 된다. 벙커샷을 할때 유념할 사항으로 네 가지가 있다. ①라이가 좋을수록 볼은 스탠스 앞쪽에,라이가 나쁠수록 뒤쪽에 위치시킨다. ②볼이 스탠스 앞쪽에 있을수록 클럽페이스를 오픈하는 정도는 커진다. ③클럽페이스를 오픈하면 할수록 더 왼쪽을 겨냥해야 한다. 또 페이스를 열수록 모래를 얕게 파고 지나가며 볼은 높게 날아가 백스핀을 많이 먹는다. ④폴로 스루의 길이에 따라 결과도 다르다. 폴로 스루가 크면 '캐리'가 비교적 일정하고 클럽헤드가 모래속을 잘 미끄러져 나간다. 폴로 스루가 작으면 캐리가 짧아지면서 볼이 다시 벙커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벙커샷을 할때 클럽헤드가 그리는 궤적은 'U자'와 'V자' 두 형태가 있다. 일반적인 그린사이드 벙커샷은 클럽헤드가 볼을 중심으로 'U자'를 그린다. 그러나 볼이 모래속에 잠겨있거나 발자국에 들어가 있을 경우엔 클럽헤드를 급하게 들어올린뒤 급하게 내려찍어야 볼이 탈출한다. 이때 헤드의 궤도는 'V자'가 된다. # 페어웨이벙커샷은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다. 이 곳에선 아무리 라이가 좋아도 볼이 페어웨이나 얕은 러프에 있을때보다 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페어웨이 벙커샷은 일반적인 그린사이드 벙커샷과는 달리 클럽헤드가 모래부터 맞혀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거리를 낼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도움말로 페어웨이 벙커샷 요령을 알아본다. 먼저 클럽선택이 중요하다. 우즈는 "아마추어들은 페어웨이벙커에서 4번아이언보다 긴 것을 잡지 말라"고 권장한다. 로프트가 작은 긴 클럽은 페어웨이에서도 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온뒤라든가,단단한 모래위에 볼이 살포시 얹혀있을 경우라면 몰라도 그 이외에는 4번아이언보다 짧은 클럽으로 샷을 하라는 말이다. 우즈는 또 "페어웨이벙커에서는 일반 잔디에서보다 적어도 한 클럽 길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클럽헤드와 볼사이에 모래가 들어가는등 깨끗한 컨택트가 이뤄지기 힘든 까닭이다. 중요한 것은 벙커턱 높이를 보고 보수적으로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웨지로 탈출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벙커턱이 높은데 목표까지의 거리만 보고 클럽을 선택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다음은 셋업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푸팅'(footing)을 단단히 하고 스윙도중 하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볼을 평상시보다 스탠스 뒤쪽에 위치시킨다. 그래야 클럽헤드가 볼부터 맞히는 '클린 히트'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즈가 강조하는 것은 턱을 치켜드는 일."턱을 가슴에서 떼어 들어주면 무게중심이 올라가 꼿꼿이 설수있고 백스윙때 왼어깨가 턱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우즈의 주장이다. 우즈는 페어웨이벙커샷뿐 아니라 모든 샷에서 턱을 들어준다는 느낌을 가지라고 덧붙인다. 우즈는 페어웨이벙커샷을 할때 있는 힘의 70%만 갖고 스윙한다고 한다. 정확한 임팩트에 치중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보통 한 클럽 긴 것을 잡기 때문에 거리가 모자라 실패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 토핑 막으려면 골퍼들이 벙커샷을 실수하는 것중 하나가 토핑이다. 클럽헤드가 모래 대신 볼을 먼저 맞혀 볼이 그린을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 바로 '벙커샷 토핑'(skulled shot)이다. OB나 트리플보기 이상의 스코ㅕㅇㄹ호어는 차치하고라도,심정이 착잡해진다. 벙커에서 '홈런성 타구'를 막을수 없을까. 벙커샷 토핑은 크게 세 가지 잘못에서 비롯된다. 첫째 그립에 문`제가 있을 때다. 벙커샷은 스윙내내 클럽페이스가 오픈돼야 한다. 그래야 클럽헤드가 모래를 잘 빠져나간다. 페이스 오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크(weak) 그립'(평상시 그립에서 양손을 왼쪽으로 약간 돌려준 그립)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평상시 롱게임을 하던대로 스트롱그립을 하고 벙커샷을 하면 클럽헤드가 모래를 너무 많이 파거나 볼부터 맞힐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오른손을 많이 쓸 경우에도 이런 샷이 자주 나온다. 벙커샷 성공의 요체중 하나는 왼팔이 스윙을 리드해야 한다는 것.테니스에서 왼팔 백핸드 스트로크를 연상해보라.그래야 클럽헤드가 모래를 잘 헤쳐나갈수 있고,폴로스루와 하이 피니시도 이뤄진다. 오른손을 쓰는 것은 볼을 일부러 쳐올리는 동작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임팩트존에서 왼손목이 굽어지거나 오른손이 왼손위로 올라가면서 토핑이 나오게 된다. 교습가들은 "왼손으로만 클럽을 잡고 오른손은 왼손위에 겹쳐있도록 한 상태에서 벙커샷을 하면 토핑을 막을수 있다."고 말한다. 프레드 커플스는 몇년전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오른손은 가만히 둔채 왼팔 위주로 한 벙커샷을 홀인시켜 우승한 적이 있다. 셋째 스윙도중 하체가 움직이면 토핑이 나온다. 벙커샷은 어드레스때의 하체 모양과 높이가 임팩트후에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쳐올리는 동작을 하거나 결과를 먼저 보려는 나머지 몸을 일으키면 하체 틀이 망가지면서 볼부터 맞힐수 있다. # 알아둘 골프규칙 벙커는 워터해저드와 더불어 골프규칙에서 해저드로 취급된다. 따라서 볼이 벙커에 있으면 제한이 많다. 어드레스순간부터 다운스윙을 할때까지 클럽헤드가 모래에 닿으면 안된다. 모래 상태를 테스트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는 클럽을 살포시 벙커에 놓는 것은 허용된다. 앞 골퍼들이 남겨둔 발자국에 볼이 들어가도 그대로 쳐야 한다. 억울하지만 어쩔수 없다. 볼이 인공장애물인 고무래에 걸쳐 있으면 고무래를 치울수 있다. 그러다가 볼이 움직이면 볼을 원위치에 갖다놓으면 된다. 벙커내에 있는 인공장애물(고무래 빈병 비닐종이 담배꽁초 깡통 등)은 치울수 있지만,'루스 임페디먼트'(디봇 솔방울 자갈 등 일종의 자연장애물)는 치울수 없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수도 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1벌타)하면 전위치로 되돌아가서 치거나 드롭해야 하는데 드롭할 경우 볼은 벙커내에 떨어뜨려야 한다. 볼이 모래에 묻혀 보이지 않을 경우 볼이 보일때까지만 모래를 헤칠수 있다. 볼을 쳤는데 다른 사람의 볼이었다면 벙커에서는 벌타가 없다. 자신의 볼을 찾아 치면 된다. 벙커샷을 했는데 볼이 벙커를 탈출하지 못했고 화가 나서 클럽으로 모래를 쳤다. 이러면 모래상태 테스트로 2벌타를 받는다. 벙커샷을 한뒤 모래를 정리하든,안하든 그것은 골퍼의 자유다. 하지만 정리를 하지 않고 가면 뒷 사람이 피해를 볼 것이고,언젠가는 자신도 그 피해자의 한 사람이 될 것이다. 벙커샷은 샷 자체보다는 샷을 한뒤 모래를 정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어떤 클럽이 좋을까 벙커샷을 위한 전용클럽으로 샌드웨지가 만들어졌지만 경우에 따라선 다른 클럽을 쓰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샌드웨지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퍼터다. 턱이 낮고 라이가 좋을땐 굳이 샌드웨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단 퍼터를 쓸때 주의할 것은 거리조절.턱 높이에 따라 다르겠지만,그린에서 퍼터를 쓸때보다 1.5∼2배정도의 세기로 쳐주면 볼은 그린에 올라간다. 피칭웨지나 쇼트아이언을 쓸수도 있다. 홀까지의 거리가 20야드 이상으로 먼 경우 샌드웨지로 폭발샷을 하면 거리가 턱없이 짧을수 있기 때문에 피칭웨지나 아이언을 쓴다. 샷 원리는 샌드웨지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를 오픈한뒤 볼뒤를 쳐주면 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