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법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갈등이 또다시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합형으로 알려진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가 취임하고, 정책위의장 등에 대한후속 당직개편도 이뤄졌지만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당내 갈등구조는 해체 쪽보다는양극화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강 원내대표가 "당내에 (수투위가) 활동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면서 갈등봉합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수투위는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당 지도부와 반대파간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갈등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사태를 좀더 꼬이게 하는 것은 차기대선 주자들의 행보이다. 행정도시법 지지의사를 밝혀 온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가 14일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권주자 3인이 `박근혜-손학규 대 이명박(李明博)' 구도를 엿보이게된 것. 손 지사는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박 대표를 만나 행정도시법 통과에 대해 당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이 행정도시법 통과 후속대책으로 수도권지원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지사는 15일에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투위 등이 주도하는 행정도시건설 반대집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16일에는 경기개발연구원이 주최하는 공청회에 참석해 수도권 발전대책을 역설하는 등 `행정도시법 통과지지 및 후속대책 강화'라는 입장을 적극 알려나갈 예정이다. 손 지사의 이같은 행보는 대권 경쟁자인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한 이명박 시장을 `고립'시키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교롭게도 수투위 상임대표인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운 점까지 겹치면서 한나라당내 행정도시 논란은 단순히 `찬반논란' 이상의 정치적의미를 내포하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도분할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당 지도부와비타협, 불복종으로 간다는 입장"이라고 강조, `마이웨이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수투위는 이날 오전 서대문구 4.19혁명 기념관에서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준비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수투위는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 전국공공기관 노조 등과 함께 15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수도분할 저지 범시민궐기대회'를 필두로 전국적인 장외집회에적극 참여하면서 국민투표 실시와 당론변경을 촉구하는 등 외곽에서 당 지도부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집회에는 이날로 12일째 단식농성 중인 전재희(全在姬)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행정도시법 통과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던 박세일(朴世逸) 의원 문제도 당내 갈등해소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