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산업으로 거듭나야] 2부 - (5) 기업이 원하는 인재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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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굴삭기에 들어가는 브레이크에요.장착할 때 조심할 부분이 많으니 자세히 보세요"
지난 2월말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굴삭기 부품회사 대모엔지니어링 작업장.2명의 학생이 건설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 학생은 직접 그린 굴삭기 도면과 실제 장비를 번갈아 보면서 도면과 장비의 차이를 비교한다.
다른 학생은 작업장 감독관의 브레이크 장착 작업을 돕고 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처럼 보이는 한국산업기술대(산기대)의 프로젝트 수업 중 일부다.
산기대는 제휴를 맺고 있는 회사에 학생을 보내면 해당 기업의 사장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친다.
물론 학점도 기업에서 준다.
학교는 수업을 진행해준 기업에 수업료까지 낸다.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8학점(16주) 이상의 프로젝트 수업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다.
산기대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대학과 현장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인근 시화·반월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을 '가족회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족회사를 통해 현장실습을 벌이고 졸업 후 취업도 알선한다.
2002년 출범 당시 2백55개로 시작한 산기대의 가족회사는 현재 2천2백개에 달한다.
산기대는 가족회사들과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벌인다.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 개발을 돕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이 과정에 학부생을 대거 참여시켜 기술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통상 다른 대학의 프로젝트가 석사·박사과정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기대는 1999년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대학이다.
올해 네 번째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이 학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이 같은 현장 밀착형 교육으로 4년째 1백%에 육박하는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최근 대학교육협의회가 평가한 기계공학 분야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교과과정의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해 대학입시에는 1천3백80명 모집에 1만5천명이 넘는 학생이 지원했다.
학생을 유치하지 못해 쩔쩔매는 다른 지방대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산기대는 산·학 협력이 논문보다 중요한 학교다.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한 교수가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많이 쓴 교수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산·학 협력 프로젝트 결과가 풍성한 교수는 5년여 만에 전임강사에서 정교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이 학교 교수들은 1인당 10개가 넘는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교육 커리큘럼을 조율하고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한다.
산기대의 커리큘럼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매년 20%씩 새로 짜여진다.
5년이 지나면 교육과정 전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이런 교육과정을 가장 반기는 것은 기업이다.
산기대의 가족회사인 듀얼아이(스마트카드 부품 단말기 제조회사)의 권서욱 사장은 "다른 산업대 졸업생은 일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가르쳐야 실무에 투입할 수 있지만 산기대 졸업생은 취업과 동시에 실무를 담당한다"며 "산기대 출신의 직원을 받으면서 외주를 줘야 했던 작업의 상당 부분을 자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모엔지니어링의 이원해 사장도 "산기대 출신들은 실무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며 "2003년 말 입사한 산기대 출신 직원은 벌써 대리로 승진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