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51달러를 돌파,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2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 대비 2.8달러(5.7%) 급등,배럴당 51.15달러로 정규장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WTI 종가는 지난해 10월27일(51.29달러)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다. 런던 석유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1.89달러(4.0%) 오른 배럴당 48.62달러를 기록,지난해 10월29일(48.98달러)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셰이크 아흐마드 파하드 알 사바 의장이 "현재로서는 오는 3월 OPEC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으나 유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석유시장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에 대해 '추운 날씨와 약달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우존스뉴스는 "미국과 유럽에 몰아닥친 한파로 난방유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석유시장에서는 또다시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지역의 추위는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미국 전체 난방유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북동부지역 기온은 이번주 평년 기온을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돼 난방유 소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달러 약세도 유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을 비롯한 대부분 산유국은 원유를 달러화로 표시해 판매하고 있으며,최근 달러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원유판매 대금의 실질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의 마이클 기도 원자재 담당 이사는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 표시 상품의 실질가격도 함께 하락해 달러표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측면도 있다"며 "달러 약세가 유가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초부터 유가 불안이 지속되자 일부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베어불증권의 펀드매니저 프레드릭 듀브리언은 "OPEC의 초과 생산 여력이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공급 혼란시 유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석유 전문가는 최근의 유가 상승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톰슨퍼스트콜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올해 국제유가는 수요 증가율 둔화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 등으로 배럴당 40달러 전후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올해 연 평균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41달러로 유지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