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주작업(땅 매입작업)은 주민회관에서….' 아파트 분양사업 등 부동산 개발을 위한 첫 단계는 땅을 매입하는 '지주작업'이다. 땅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버티거나 혹은 외지인이 비싼 값의 보상을 노리고 '알박기'라도 해놨다면 공들여 준비해온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개발업체(시행사)들은 과거 지주작업을 '밀실'에서 은밀히 추진해 왔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끝까지 팔지 않겠다는 땅주인에게 인근 매입 시세에 몇 배를 더 주는 일도 흔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밀실 흥정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행업체인 I사 관계자는 "시골 땅주인들이라도 요즘에는 '땅투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라며 "특정 땅을 비싸게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나머지 땅주인들이 계약을 포기해 한 순간에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요즘 지주작업은 주민회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주민(땅주인)들을 모두 모아놓고 "땅값으로 이 금액 이상을 쳐주면 사업성이 없어 매입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득을 한 후 동시에 매입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시행사의 이같은 솔직한 태도에 오히려 순순히 계약서를 써준다는 것. H사 관계자는 "한 필지라도 매입을 못하게 되면 향후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한날 한시'에 결론을 짓는 방식이 낫다"며 "충청권 등에서 이미 많은 '주민회관 지주작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