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일과 2일 이틀간에 걸친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경제 살리기'라는 공통의 화두를 꺼내들었지만 그 처방을 놓고는 시각이 확연히 갈렸다. 열린우리당 임채정(林采正) 의장은 과감하게 재정을 확대하고 연기금 투자를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대폭적 감세(減稅)와 규제완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재계가 `읍소'하고 있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법 유예문제에 대해선 여야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대 쟁점인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선 임 의장은 "회기내 실질적 논의를시작하자"고 목청을 높인 반면, 김 원내대표는 "일정기간 처리 유보"를 주장, 임시국회에서 가파른 대치 가능성을 예고했다. ◇ 재정확대 對 감세 공방 경제살리기 해법을 놓고 우리당은 재정확대에, 한나라당은 감세쪽에 무게를 뒀다. 열린우리당 임 의장은 성장률 5% 달성과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고▲상반기중 주요 사업비의 59%인 100조원 집행 ▲사회기반시설 종합투자계획 조기추진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방안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양대축으로 하는 내수경기를 살리려면 정부가 대규모 재정투입과 연기금 투자확대라는 `촉진제'를 사용해야 한다는게 임 의장의 진단이다. 임 의장은 특히 `한국형 뉴딜'로 불리는 종합투자계획을 뒷받침하고 기금운용에따른 안정적 수익 확보 차원에서 연기금 투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정책기조를 내세우며"재정확대 등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줄이되, 과감한 규제혁파와 법인세 인하를 중심으로 감세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에 400조원의 유휴자금이 떠도는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동원 문제를 거론, "정부는 재정건전성을지키는 대책도 없이 국민연금을 무분별하게 주식과 부동산투자에 동원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 과거분식 집단소송 유예 '동조' 재계가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 유예 문제에 대해선 여야가 서로 입을 맞춘 듯 공동보조를 취했다. 임 의장은 "기업이 무엇보다 먼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반성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해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기업들이 한번 정리할 기회를 줘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증권집단소송과 경영권 방어제도도 현실에 맞도록 고쳐 투자를유도해야 한다"며 "총리가 최근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면탈기회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은 모처럼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재계의 숙원인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문제에서도 나타났다. 우리당이 최근 실용주의 정책기조의 일환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분적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기업투자를 가로막는출총제는 종국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 남북정상회담 여야는 광복 60주년을 맞은 올해 남북관계의 최대 이슈인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임 의장은 "올해에는 남북정상간에 책임있는 대화가 이뤄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며 남북정상 회담 개최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그러나그것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안보불안을 해소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회담이 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추진될 때 그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가보안법 개폐 대립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일정기간 논의를 유보하는 의미의 `냉각기'를 주장하며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임 의장은 국보법을 포함한 개혁입법 처리와 관련, "정기국회에서 미처 다루지못했거나 결론을 내리 지 못했다"면서 "여야가 합의한대로 이번 국회에서 실질적인논의를 통해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여당은 자신이 국정 관리자라는 책임을 더 의식하고야당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을 더 변화시킨다면 합의도 어렵지 않으리란 믿음을갖고 있다"며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일정한 냉각기를 가지는 것도 필요한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 행정도시도 입장차 팽팽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놓고도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임 의장은 "국회 특위를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후속대책을 확정짓고 특별법을 제정해 지역균형발전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회기내 처리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의 취지에 반드시 부합해야 한다"며 국가 중추행정기관의 과다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략적으로 접근한다면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국민의 피해와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학교육 개혁 여야는 대학교육 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임 의장은 대학교육 개혁과 관련, "대학의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며 ▲국공립대학 구조조정 ▲산업계 요구에 맞는 맞춤형 인재양성을 천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학부터 교육부의 간섭과 통제를 배제하고 자율은 확대하되,책임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