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이 상당히 떨어집니다.한국이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화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대로 가면 해운사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어요." 현대상선의 베테랑 선장인 글로리호 이성헌 선장은 한국 대표항만인 부산항에 불만이 많다. 부산의 경우 12시간 정도 입항이 늦어지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항만 운영사들이 곧 개장할 신항만에 투자하는게 낫다는 판단하에 투자를 미룬 것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이 선장의 생각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24시간 전에만 선박 정보를 주면 일사천리로 하역을 할 수 있는데 부산은 그렇지 못합니다.시설도 부족하고 여러 항만 운영사들 사이에 전산 정보 표준화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요.최근엔 많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정부가 부산과 광양을 동시에 허브(hub) 항만으로 육성하겠다는 '투포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이 선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자체 수출입 물량이 적은 곳에 대형 항만이 두개나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광양항에 들인 비용을 진작 부산항에 들였으면 더 효율적인 항만 운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이 선장이 컨테이너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지난 17년동안 바다 위에서 보낸 시간만 10년이 넘는다. "통상 한번 장거리 항해를 나오면 6개월 가량은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그는 "젊은 선원들이 갈수록 배 위 생활을 꺼려한다"고 안타까워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선원 월급이 대기업 이상이었고 공도 인정받았는데 최근들어선 임금 수준이 많이 떨어진 데다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도 많이 없어졌어요. 수출이 주도하는 국내 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