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 해양수산부 장관 > 아침부터 밤까지 빠듯한 하루일과이지만 녹화를 해서라도 꼭 보는 드라마가 있다. '해신(海神)'이다. 자신의 인생을 가시밭길로 이끈 해적들에 대한 복수심을 극복하고 청해진을 열어 천년전 동북아 해상무역을 주도한 바다의 영웅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이 사극은 30%의 시청률을 넘는 국민사극으로 자리잡았다. 탄탄한 스토리,연기자들의 혼신의 노력과 함께 이 드라마가 나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우리 국민에게 장보고와 청해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의 동북아 물류허브 비전이 역사적 증거에 바탕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1천년전 동북아 중계무역의 중심이 되었던 청해진을 단순한 과거로만 여기는 것 같다. 과연 부산항과 광양항이 현대적 의미의 청해진,동북아의 물류허브가 될 수 있는 것인가?물류가 갖는 세가지 특징은 이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우선 물류는 로케이션이다. 위치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분야가 물류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앙에,부산항과 광양항은 세계 주요 간선항로상에 위치하고 있다. 둘째로 물류는 네트워크다. 부산항의 경우 세계와 2백20개 항로로 연결되어 있고,중국의 23개 항만,일본의 55개 항만과 해상 연결망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 아시아 주요항만으로 성장한 광양항도 세계와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충해나가고 있다. 멀지않은 장래에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된다면 부산항과 광양항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류는 정보기술이다. 수요처에서 공급처까지 필요에 따라 처리된 정보가 신속·정확하게 흘러야 하고 가공처리가 용이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강의 IT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항은 환적물동량 4백76만TEU 등 연간 1천1백40만 TEU를 처리하는 세계적 항만으로서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고,광양항도 동북아의 물류기지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지만 인근 국가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금년 하반기에 상하이 양산항에 5개선석을 개장하는 등 주요 항만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일본도 금년중 히비키 터미널 4개선석 개장을 비롯한 슈퍼중추항만계획을 통해 동북아 물류거점 탈환을 노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부산신항과 광양항을 최첨단 항만시설과 대규모 물류부지를 갖춘 초대형 항만으로 조성하는 동시에 외국기업이 원활하게 물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중국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평면적 투자정보만으로는 한국의 가능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외국기업인들이 투자의 이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일 간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여 미쓰이물산의 물류센터를 부산항에 유치한 바 있으며,올해에는 중국현지 생산기업과 물류기업들로 대상을 확대한 동북아 통합물류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해 글로벌 기업들의 물류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다. 동북아물류허브비전의 실현,이것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장보고가 될 때 우리의 비전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광복 60주년.선진한국으로 가는 새 출발점에서 동북아물류중심국가 건설의 책임자로서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