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증시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천20원대로 내려가자 종합주가지수가 출렁이는 가운데 업종.종목별로 등락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수입비중이 큰 항공, 정유, 전기가스, 철강 업종이 상승 혹은 강보합인 반면 전기전자,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대표적 수출업종들은 환율 악재에 발목이 잡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달러표시 부채가 많거나, 원재료 수입 비중이 제품 수출 비중보다 큰 기업들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최근 환율과 주가 움직임이 동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한항공, 한전 등이 수혜주 =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0.34% 하락한 가운데 한국전력은 전날보다 0.93% 뛰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24억달러에 달하는 달러화채무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항공주는 원화 강세의 최대 수혜주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대한항공은 9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43억원의 영업이익 추가 계상효과가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비행기 구매와 관련해 대규모 외화채무를 안고 있어 원화 강세시 외화환산익이 발생한다는 점 역시 주가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이날 대한항공과 코스닥시장의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16%, 2.14% 주가가 오르며 사흘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사흘간 17%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커 통상 환율 하락 수혜주로 꼽히는 내수주는 이날 종목별로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삼양식품, 서울식품이 상한가로 치솟고 대상도 6%대로 올랐으나 대한제분과 농심, 삼양사, 하이트맥주 등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전기전자, 조선 등 수출주 타격 = 수출을 많이 하는 전기전자, 휴대폰, 자동차와 함께 달러로 돈을 받는 조선업종은 대표적인 피해종목이다. 수출 사령탑인 삼성전자가 1.61% 하락하며 48만원대로 되밀린 것을 비롯해 LG필립스LCD,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LG투자증권 정종혁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는 전체매출중 미국비중이 55%에 달하고, 원재료비와 판매관리비의 미국 달러 비중은 32%로 환률 하락시 매출과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휴대폰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수출 비중이 93%에 달하고, 유럽을 제외할 경우 모두 미국 달러로 결제하는 상황이다. 수출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조선업체의 타격도 크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이 전체매출의 30%를 넘으며, 선박은 대부분 수출선이어서 원화 강세는 매출액 및 영업이익 약화로 이어진다. 조선업체의 수출비중은 대우조선해양이 98.4%로 가장 높고, 현대미포조선이 97.7%, 현대중공업 82.5%, 삼성중공업 82.0% 등 순이다. 이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이른바 `현대차 3인방'과 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들이 모두 1∼2%대로 미끄러졌다. ◆환율하락 속도에 주목, 그러나 과민대응은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엔화와 비교한 상대적 하락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신경제연구소 양경식 책임연구원은 "오늘 원.달러 환율은 1천20원대로 내려갔으나 엔.달러 환율은 103엔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동반강세에서 벗어나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계속 하게 되면 수출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이 내달초 개최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은 당장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원.달러 환율의 급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최근 종합주가지수와 환율의 방향성이 추세를 이탈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뒤 환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상식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이 큰 타격이 받아 주가가 급락해야 하는데, 지난해 4.4분기에서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50원이나 하락하는 동안 주가는 오히려 40포인트나 상승했다"면서 "환율 하락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