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수들은 풀어주면 해이해진다는소리를 듣기 싫어 더 독하게 연습했습니다"


지난해 말 전임 코치들에 의한 구타와 언어폭력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줬던 여자 쇼트트랙팀이 제22회 동계유니버시아드 첫 경기에서 보란듯 금메달을 따며 어두운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렸다.


19일 밤(한국시간) 인스브루크 올림피아 월드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첫날 여자 1,500m 경기에서 지난해 파문을 온몸으로 겪으며 자율을 쟁취한 주역 최은경(21.한체대)과 여수연(20.중앙대)은 각각 금메달,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자율이 강압보다 강하다는 것을 결과로 입증했다.


최은경과 여수연은 이날 한국선수 3명, 중국 선수 3명이 벌인 결승에서 중국 선수들의 반칙성 집중 견제를 받으며 초반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중반에 접어든 7바퀴째부터 앞으로 치고 나오면서 1,2위로 결승선을 통과, 한국 선수단에 첫 금, 은메달을 안겼다.


경기가 끝난 후 최은경은 "풀어주니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예전보다 훨씬 열심히 연습했다"면서 "훈련과 사생활이 엄격히 분리된 후로 더 자발적으로 연습에 임하게 되고, 연습 성과도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경은 "새 감독님도 훈련 때 엄하기는 마찬가지지만 평소엔 자유롭고 편하게 해주신다"면서 "팀 분위기가 훨씬 밝아지고 좋아졌으니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3개월만에 나온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로 여자 선수들은 평상시 쉬는 시간이나 경기 전후에 박세우 감독이나 안현수, 송석우 등 남자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농담하고 어울리는 등 구김살 없는 여대생의 분위기를 되찾은 모습. 한편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박세우(33) 여자팀 감독 역시 감독 부임후 첫 경기에서 제자들이 제몫을 다하자 그 동안의 마음의 부담을 털고 모처럼 활짝웃을 수 있었다.


전임 감독이 경질 된 후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박 감독은 상처받은 선수들을 잘 다독이면서 성적도 떨어지면 안된다는 이중의 압박을 알게 모르게 받아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 부담을 털어낸 박 감독과 어두운 그늘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선수들이 이번 대회어떤 결과를 합작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스브루크=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