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환 보유가 위안(元)화 평가절상을 노린핫머니와 무역흑자 급증에 힘입어 지난 한해에만 무려 2천억달러 이상이 증가한 기록적인 6천100억달러에 달했다고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다우존스가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를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및 로이터도 이날 다우존스를 인용해 중국의 외환보유 규모 급증을 일제히 전하면서 이 때문에 중국이 변동 환율폭을 확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돈 에번스 미 상무장관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환율 문제 등을협의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중인 상황에서 외환보유 급증이 공개됐음을 지적하면서조지 부시 2기 미 행정부가 대중 경제압력을 강화할지 여부를 주목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가 그간 미국 재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최대한 협력한다는 노선을 견지해 왔음을상기시키면서 따라서 강경으로 급선회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수입을 급격히 늘려온 상황에서 올해는 무역흑자가 대폭 줄어들거나 어쩌면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지난해 수출이 한해 전에 비해 35.4% 증가한 약 5천934억달러에 달한 가운데 무역흑자가 26% 증가한 320억달러 가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흑자는 지난 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외환보유 규모도 크게 늘어 지난해말 현재 6천100억달러에 육박해 지난 한해에만 2천67억달러 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다우존스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규모에 대한 확인을 회피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아시아분석 책임자 동 타오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지난해 유입된 외화 가운데 약 950억달러가 환투기를 노린 핫머니인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특히 지난해 4.4분기에 이런 자금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타오는 이런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950억위안(약 115억달러)을 풀어 투기성 자금을 흡수했다면서 중국이 환시장에 이런 규모로 개입하기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들어온 핫머니가 상하이를 중심으로 부동산 쪽에 많이 들어갔다면서 이것이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도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역흑자 급증도 국무원의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하는 요인이라면서 그 수준이 1조4천억달러 규모인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어설 경우상황이 더욱 꼬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왜냐하면 대미 무역흑자는 엄청난데 반해 중국이 원자재와 부품을 크게 의존하는 말레이시아, 대만 및 한국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것이다. JP 모건의 프랭크 공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올해는 흑자폭이 크게줄어들거나 어쩌면 적자로 반전될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국무원이 고민하는 부분은 "무역흑자가 줄어도 미국에 대해서는 교역 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여전히 상당한흑자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직물수입 쿼터가 폐지된 것도 이런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9년부터 2003년 사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60억달러에서 무려 1천240억달러로 급증하면서 그 기간에 미국인 약 150만명이 중국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나와 베이징측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친노조 조직 미경제정책연구소(IPI)의 로버트 스콧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미 고용시장에 대한 중국의 타격이 노동집약 산업 뿐이 아닌첨단 부분으로까지 확대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에번스 장관은 11일 베이징 미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미 의회와 재계에서 무역과환율 불균형 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중국이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 행정부가 온건한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의회와 재계로부터 몰아치는 강풍은각오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제 전문가들의 관심은 과연 중국이 올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JP 모건의 그레이스 늑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위안화가 올해중최대 7%까지 사실상 평가절상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이미 자국인의 해외여행시 외화소지 한도를 높이고 기업의 해외자산 매입도 장려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CSFB의 타오는 중국 당국자들이 그간 환투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경고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환율 변동폭 확대가 실행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핫머니가 단기간에 빠져나가는 것이 중국의 통화 정책에 부담을 주는요인이란 지적도 나왔다. 외환 통제가 강화될 경우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지난97년 아시아에 엄습한 외환 대란과 같은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과열경기 진작을 위해 얼마전 이례적으로 금리를 올린데 이어 추가 상승 가능성도 계속 나오기 때문에 핫머니가 쉽게 중국 땅에서 이탈하지는 않을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