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주인이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으로 바뀌게 됐다. 미국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작년 11월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데 이어8개 시중은행중 한곳인 제일은행도 SCB에 인수됨에 따라 국내 금융권에 지각변동이가속될 전망이다. SCB는 10일 정부 보유분까지 포함해 제일은행 지분 100%를 전액 원화로 총 3조4천억원에 인수하기로 뉴브리지캐피탈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정식계약까지는 6∼12주정도 소요될 예정이어서 빠르면 2월말전에라도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다. 주당 매각가는 1만6천511원이며 SCB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20억달러규모의 신주를 해외에서 발행할 계획이다. SCB의 카이 나르골왈라 아시아지역 총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일은행 인수로 한국은 홍콩 다음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중요 시장이 될 것"이라며 "모든 부분에서 8~12%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부문으로 모기지론과 중소기업 부문을 들었다. 또 그는 인수작업 완료후 계획에 대해 첫 대표이사(CEO)는 SCB 본사 임원중 한명이 맡게 될 것이며 신입행원의 채용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상호 변경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가지를 놓고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상장폐지 문제는 언급하기에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제일은행은 지난 2000년에 이어 5년만에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제일은행[000110]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우 등 기업금융의 부실화로 정부의구제금융이 투입된뒤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에 지난 2000년초 매각됐으나 그동안은 사실상 재매각을 위한 임시 경영체제였다고 할 수 있다. 뉴브리지의 펀드 성격상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뉴브리지는 이번 매각으로 지난 2000년 5천억원을 투입해 5년만에 약 1조1천50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두게 됐다. 반면 정부는 그동안 투입해온 17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중 이번에 매각대금을 받더라도 5조3천억원가량은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SCB는 제일은행 영업력을 최대한 활용해 부동산담보대출 등 소매금융을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있다. 제일은행은 외환위기전에만 해도 주요 기업금융 창구로서 선도은행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소매금융 위주로 조직이 완전 개편돼있다. 실제 제일은행의 총여신중 기업여신 비중은 지난 99년말 34.9%에 달했으나 작년9월에는 25.5%에 그쳤다. SCB는 홍콩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전세계 50여개국에 500여개의 지점과 3만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널리 알려져있는 금융기관이지만 총자산은 1천200억달러로 국내 2위권인 우리은행(122조원) 수준에 불과해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금융기관은 아니다. 국내에는 지난 1968년 한국지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진출, 주로 기업금융을 취급해오다가 2003년부터 소매금융 시장에도 뛰어들었고 작년에는 첫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편 뉴브리지는 지난해 말부터 제일은행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과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 왔으며 당초 HSBC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거론됐으나 가격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SCB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HSBC는 지난달 24일 주당 1만3천원선을 제시한 뒤 가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협상을 포기했다. 뉴브리지는 이날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한국에서의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웨이지안 샨(Weijian Shan) 공동대표의논평과 함께 "계약 결과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