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간의 자금사정 양극화가 더 심화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금융대전(大戰)을 앞두고 올해 중소기업 여신 규모를 작년보다 늘려 잡고 있지만 그 지원대상은 철저히 옥석을 가린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량 중소기업은 은행들의 대출세일 대상이 되는 반면 비우량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이 중기지원 앞장 산업·기업·수출입은행 3개 국책은행을 비롯 국민·우리·하나·신한·외환은행 등 8개 주요 은행들은 올 한햇동안 모두 43조4천억원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국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금액이 28조7천억원으로 66.1%를 차지한다. 산업은행은 만기연장 1조8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5조원을 중소기업에 공급키로 했다. 지난해의 4조원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기업은행은 작년보다 5.3% 늘어난 20조원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공급키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13조5천억원의 자금 중 3조7천억원을 중소기업에 배정했다. ◆시중은행도 중기대출 확대 우리은행은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난 5조원을 중소기업에 풀 예정이다. 이 중 3조3천억원은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해 벤처기업에 대출한다. 효율적 지원을 위해 여신한도 예고제를 소호(SOHO)까지 확대하고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블록 마케팅 체제를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보다 1조8천억원(2백25%) 많은 2조6천억원을 중소기업에 대출한다. 하나은행은 특히 작년 말부터 오는 2월 말까지 기존 거래업체보다 0.5∼1.5%포인트 낮은 금리로 1조원 규모의 대출세일을 실시 중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기존대출 만기연장 2조7천억원과 신규대출 1조3천억원 등 모두 4조원을 지원한다. 산업·기술평가자문단을 운영해 기술력이 우수하거나 회생가능한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3조3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이 중 2조원을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의 만기 연장과 대환대출에 활용하고 나머지 1조3천억원을 신상품인 '예스 베스트 파트너 대출'재원으로 배정키로 했다. 이 상품은 일반 여신보다 금리가 0.5∼0.6%포인트 저렴하다. ◆중기 자금난 해소될까 '금융대전'을 앞두고 있는 은행들은 '우량자산 확보'와 '여신건전성 제고'를 올해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고 있다. 은행들이 중기대출 대상을 신보·기보 등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업체이거나 우량기업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의 대출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한계기업의 자금난은 오히려 더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도 우량업체로 제한될 것"이라며 "어려운 기업은 여전히 돈 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실질적으로 확대되려면 중소기업 여신에 대한 건전성 감독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정부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