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Cape of Good Hope)'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남서쪽 끝 자락에 있다. 그러나 이 곳의 원래 이름은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었다.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스톨로뮤 디아스가 1488년 발견한 뒤 붙여진 이 지명은 대서양과 인도양의 한류와 난류가 충돌하면서 늘 성난 파고가 일고 강풍이 불기 때문이었다. 희망봉이란 이름은 10년 뒤 바스코 다 가마가 이곳을 통과해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면서 바뀌었다. 절망의 땅이 희망의 신천지가 되면서 희망봉은 단순한 지명 이상의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 희망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한다. 수백년 전 열악한 환경속에서 의지를 꺾지 않고 희망을 찾아나섰던 탐험가들에게서 무언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절망 앞에서 너무 쉽게 무릎을 꿇곤 한다. '희망'이라는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얘기한 "사람은 희망에 속느니 보다 절망에 속는다"는 말이 새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흔히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절망이 약한 자에게는 장애물이지만 강한 자에게는 징검다리"라는 역사 비평가 칼라일의 말도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사람은 조그만 일에도 쉽게 위기를 느끼고 비관한다. 어쩌면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이를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찾지 못하고 조급해하며 주위를 원망하는 것은 허튼 일이다. 험한 바다가 훌륭한 선장을 만들고,시냇가의 돌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지만 기실은 냇물의 노래를 만든다는 점을 한번쯤 새겨봄직하다. 판도라의 상자가 온갖 질병과 불행을 내놓았지만 그 속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올해는 사정이 어려워져서인지 '희망'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닥쳐도 희망은 있게 마련이고,1%의 가능성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한 우리는 좌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