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왕립호텔을 겸한 고려시대 행궁(行宮)이있던 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4리 혜음원(惠陰院) 터에서 푸른 빛이 도는 청석(靑石)을 다듬어 바닥을 깐 건물터가 확인됐다. 2001년 이후 이곳을 연차 발굴 중인 단국대 매장문화재연구소(소장 박경식)는올해 제4차 조사 결과 혜음원 터가 현재까지 확인된 범위만 동-서 약 104m, 남-북약 106m(약 3천340평)에 이르며 외부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28일 말했다. 지금까지 조사를 종합할 때 둔덕에 자리잡은 혜음원 터는 아래쪽에서 위쪽으로올라가면서 총 9단에 이르는 계단상 대지를 깎아 총 27개 동에 이르는 각종 건물이들어서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번 4차 조사에서는 혜음원 터 구역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된다고 생각되는 중앙 부분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3차 조사에서 일부가 확인된 청석을 깐 마당 전체 규모를 확인했다. 최근까지 농경지 등으로 사용되는 바람에 일부가 훼손되기는 했으나, 고려시대당시 청석 마당은 그 전체 규모가 동서 19.6 x 남북 13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청석 마당이 서쪽과 북쪽 인접 지역을 감싼 채 확인된 4-4 건물 터(남북 14m, 동서 8.4m)는 정면 3칸, 측면 1칸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내부에는 정방형 전돌을 촘촘히 깔고 있다. 동쪽 벽면과 인접한 곳에서는 연못 터가 확인된 이 건물 터는 혜음원 터에서 조사된 여느 건물 터와 매우 다른 구조를 하고 있으며, 그 중심부에는 특이하게 十자형 홈(길이 각 30㎝)을 판 정방형 판석이 안치돼 있었다. 이 일대에서는 높이 6.3㎝인 휴대용 소형 고려시대 금동여래입상을 비롯해 각종기와류와 청자류가 다량 출토됐다. 기와류 중에는 글씨를 양각하거나 인장(도장)으로 찍어낸 것이 여러 점 출토됐다. 명문 중에는 `惠蔭院'(혜음원)이라는 글씨를 양각한 것이 있고, "戊申年二月三十日惠蔭寺造近學…"이라고 새긴 것도 있었다. 혜음(惠蔭)이라는 고유 명사에 궁궐과 같은 건물을 뜻하는 원(院)과 사찰을 의미하는 사(寺)자가 붙기도 했다는 사실은 이곳이 사찰과 궁궐을 겸한 곳이었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기와류 중에는 또 새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 있으며, 많은 고려청자 유물 중에는지금의 전남 강진 사당리 요지에서 생산됐음을 보여주는 표지인 원형 도장을 찍은것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