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사는 게 `전쟁'이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시내 곳곳은 축제 분위기가한껏 고조됐다. 저녁이 되면서 가족, 연인끼리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선물을 주고 받고 곳곳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일상의 시름을 잊었다. 종교단체에서는 고난과 가난 속에서 탄생한 예수를 기리는 예배를 경건하게 드리면서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성탄전야..축제분위기에 인파행렬= 성탄 전날인 24일 시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매장, 선물 판매점은 성탄 선물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이들 상가주변 도로는 차가 한꺼번에 몰려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성탄 `대목'을 맞아 산타마을, 루돌프 사진전을 열어손님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고 어린이 합창단의 캐럴이 울려 퍼져 성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신세계 백화점 명동점은 러시아 소녀 합창단의 캐럴 합창을 23일부터 선보였고강남점은 인공 눈을 뿌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출해 시민들이 눈을 맞으려고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다른 백화점도 자녀와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는 시민들이 오전부터 백화점을 찾아 의류, 완구매장은 평소보다 손님이 배 이상 늘었다. 동대문 밀리오레, 두타 등 대형 의류상가와 명동거리, 대학로도 젊은이들이 몰려 성탄분위기를 자아냈다. 회사원 김성민(29)씨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예년보다 분위기가 나지 않지만 집안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서 여자친구와 약속을 잡았다"며 "명동거리를 돌아다니다 근사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탄 시즌을 겨냥해 신작을 대거 내놓은 시내 극장도 `데이트 족'으로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코엑스 메가박스 관계자는 "오늘 오후 5시 현재 16개 상영관에서 상영되거나 상영될 예정인 120편 가운데 100편이 매진됐고 밤 11시 이후 상영작만 자리가 조금 남아있다"며 "오후 8시쯤이면 전편이 매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관측은 7월31일 열대야로 심야 관객이 몰려 세운 단일 상영관 1일 관객세계 최고 기록(3만3천명)을 이날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인 놀이공원도 사람이붐비긴 마찬가지다. 송파구 롯데월드는 오후 5시현재 1만여명이 입장했고 야간개장까지 감안하면 1만5천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월드는 성탄을 맞아 자정까지 개장시간을 늘리고 캐릭터쇼와 불꽃놀이, 루돌프밴드의 성탄음악 공연, 인기가수의 공연을 마련했다. 소공동 조선호텔의 한 고급식당에서 준비한 1인당 12만원짜리 크리스마스 저녁특별 상품 역시 전날인 23일 모두 예약이 끝나는 등 시내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도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평소 저녁 메뉴보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좋은 재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려 준비해 예약이 일찌감치 끝났다"고 말했다. 23일 개장한 서울광장의 스케이트장도 서울의 새로운 명소를 즐기려는 시민들로24일 저녁 입장 예약이 모두 끝났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길거리의 상업적인 축제분위기와는 달리 크리스마스의 참뜻인 예수 탄생을 기리는 종교행사가 각 교회와 성당에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명동성당은 밤 11시부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구유예배를 드리고 자정부터성도 1천여명이 참가해 본격적인 성탄전야 미사를 가진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영락교회와 새문안교회 등 시내 대형교회를 비롯해 모든 교회가 오후 7시께부터 밤늦게까지 성탄 축하음악회 등을 시작으로 예배를 올린 뒤 새벽송으로 예수의 탄생을 알린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박상돈.안 희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