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선에 나서는 두 후보는 오는 26일 결선 재투표에 맞춰 본격적인 선거운동 체제에 돌입했다.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는 17일간 시위를 통해 이룩한 '오렌지 혁명'의 열기를 26일까지 지속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경우 쿠츠마 대통령의 후계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주목할 점은 야누코비치가 쿠츠마 대통령과 단절을 통해 현 정권이 가진 부패와구태 이미지를 벗으려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부터 지지 기반인 동부 도네츠크를 방문 중인 야누코비치는 9일 도네츠크 TV방송에 나와 "본인은 오늘 불명예스러운 정부 당국의 후보가 아니라 지난 2차투표에서 본인을 지지해준 1천500만명의 시민들의 후보로서 재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지역 분리 움직임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는 가운데 동ㆍ남부 지역이요구하는 연방제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연방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연방제야말로 지역의 잠재적인힘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치 움직임을 부추겼다. 일간 가제타는 10일 야누코비치는 더 이상 쿠츠마의 후계자로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 노선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제타는 결선 재투표에서는 결국 2명의 야당 후보가 경쟁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야누코비치측 선거 책임자인 타라스 초르노빌은 "새로 구성된 중앙선관위에는유시첸코측 인사들이 훨씬 많다"면서 "이들이 부정을 눈감아줄 것에 대비해 선거 당일 위조 감시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시첸코 진영은 과거 정부와의 투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제시하는데 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선거 이후 분열된 국가 통합을 위해 취약 지역인 동ㆍ남부 지역에서 선거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시첸코측의 선거 총책인 알렉산드르 진첸코는 "선거운동을 동ㆍ남부 지역에보다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며 "동부와 남부간 4천㎞ 달하는 거리를 차량 유세를 통해 '우리는 한 국가'라는 슬로건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가제타에 따르면 유시첸코측은 검찰총장에 재기용된 스뱌토슬라프 피스쿤 등 쿠츠마 정권에서 해임됐던 공직자 위주로 선거 본부를 재구성할 예정이다. 유시첸코는 특히 개헌안을 둘러싸고 불화를 빚었던 알렉산드르 모로즈 사회당당수에게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임시 총리에 임명하겠다"고 밝히는 등 모로즈의 지지표 결집에 나섰다. 모로즈는 지난 10월 31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5.8%로 3위를 차지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