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와 미국ㆍ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대선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상호 비난전을 벌여 냉전 시절의 갈등을 재연했다. 이에 따라 55개 OSCE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7일 회의 폐막일 공동 성명 도출에실패했다. 이번 갈등은 구소련 붕괴 후 13년 간 러시아의 입김에서 벗어나려 애써 온 동구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계속된 긴장 관계가 극명하게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대선 2차 투표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던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이긴 것으로 나타나자 크렘린은 즉각 승리 축하 메시지를 보내야누코비치의 승리를 기정 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2차 투표 시작 전부터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한데 이어 결과가 나오자 선거가 국제 민주화 수준에 못미치는 부정선거였다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EU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힘입어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는 대정부 시위 끝에 오는 26일 결선재투표 실시라는 대법원 판결을 얻어냈고 OSCE는 선거감시단 1천 명을 보낼 계획이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가 협상을 거부했다"며 공동성명 채택 무산의 책임을 러시아에 넘겼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라는 다른회원국들의 요구를 거부했고 재투표에 대한 언급조차 꺼렸다고 전했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베르나르드 보트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해 EU가 애석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난국을 종식하는 협상에 간섭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공동성명 채택에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 주에서 벌어졌던 논쟁도 지적하며 OSCE가 구소련 국가들과 나머지 국가에 대해이중적인 선거감시기준을 적용한다며 비난했다. 그는 "객관적 잣대 없는 선거 감시활동은 원래의 취지를 잃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조작의 도구로 악용되고 불안 요소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OSCE 회원국 선거감시에 이중 잣대를 대고 있다는 러시아측 주장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오히려 러시아가 몰다비야나 그루지야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는 등 냉전시대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 서구권이 우크라이나 정치판에서`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데 대해 "현재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용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며 그들에게동쪽과 서쪽 중에서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OSCE 회의 갈등 후 미-러 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소봉대하지 말라"며 "미국과 러시아는각별한 우호관계"라고 경계했다. (소피아 로이터ㆍdpa=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