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K리그 최고의 수문장에 오를까. 8일 오후 7시 포항전용구장과 12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2004삼성하우젠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차범근 수원 감독과 최순호 포항 감독간의 스트라이커 사령탑 경쟁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포인트가 바로 이운재(31.수원)-김병지(34.포항)의 골키퍼 전쟁이다. '거미손' 이운재와 '꽁지머리' 김병지는 두 말이 필요없는 한국축구 골키퍼 계보의 양축을 이뤄왔다. 이운재가 골키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듬직한 수문장의 전형이라면 김병지는 K리그에서 골맛도 3번이나 볼 정도로 공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팔방미인형'. 90년대 중반 이후 대표팀 골문을 굳게 지켜온 김병지는 그러나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해 당시 '2인자' 이운재에게 주전 자리를내줘야 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준족에다 캐넌슛 능력까지 겸비해 '골넣는 골키퍼'의 원조로 통하는 김병지는 히딩크호 초기 2001년 1월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골문을 비워둔 채 볼을 몰고 나가다 실점 위기를 부른 뒤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나고 말았다. 2001년 시즌 울산에서 포항으로 둥지를 옮긴 김병지는 K리그에서는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이후 코엘류호와 본프레레호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신 거미손'김영광(21.전남)이 올림픽대표팀에서의 철벽방어를 앞세워 치고 올라오자 '지는 별'대접을 감수해야 했다. 김병지는 그러나 5일 친정팀 울산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올 시즌 최소실점의주인공인 후배 서동명(24경기 14실점)에 완승을 거두는 선방으로 큰 무대에서의 부활을 알렸다. 김병지는 올 시즌 기록에서도 24경기 24골(평균 1.0실점)로 이운재(20경기 22골,평균 1.10실점)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한일월드컵 야신상 후보로 세계 최고의 골리 올리버 칸(독일)과 당당히경쟁했던 이운재의 저력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후기리그 한때 차범근 감독의 '승리를 부르는 징크스' 탓에 주전 자리를 김대환에게 잠시 내주기도 했던 이운재는 5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철벽같은뒷문 단속의 전형을 보여주며 모따, 이따마르의 창끝을 막아내 차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94년 미국월드컵 본선에 나서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이운재는 96년 수원의창단 멤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간염 판정을 받고 선수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2년 만에 병마를 훌훌 털고 최고의 골키퍼로 거듭난 불굴의 선수. 이운재는 '원조 라이벌' 김병지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둬 차 감독에게 K리그첫 우승을 선물한 뒤 내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본프레레호의 수호신으로 돌아가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