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국이 대통령 권한 축소를골자로 한 정부측 개헌안을 놓고 또다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결선 재투표에서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승리할 것을 우려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다룰 것을 요구, 의회는 오는 14일까지 휴회를 선포했다. 이로 인해 4일까지 끝낼 예정이던 재투표 실시를 위한 선거법 개정안과 중앙선관위 구성에 대한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일부 의원들은 중앙선관위가 재투표 일자로 지정한 오는 26일 실제 재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시첸코측의 유리 클류치코프스키 의원은 5일 "의회가 휴회를 선포해 사태는악화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저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시첸코 진영은 이날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줄이려는 정부측 개헌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유시첸코측의 율리야 티모셴코 전 부총리는 "헌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의회로 이양된다"면서 "오는 2006년 3월 총선으로 새 의회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향후 대통령은 정보기관장과 검찰총장을 직접 임명해 부정부패 청산과 정략을 일삼는 불법 파벌에 대한 소탕에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헌법 개정안에따르면 대통령은 그같은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총리, 국방ㆍ외무장관만을 임명할 수 있으며 다른 고위직에 대한 임명권은 의회로 넘어간다. 이럴 경우 뚜렷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야당으로선 임명권을 사실상 잃는 것이다. 티모셴코는 특히 유시첸코가 쿠츠마 대통령에게 "(집권후) 쿠츠마와 그의 가족에 대한 면책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쿠츠마는 이를 거부했으며 그가 원하는 것은 면책이 아니라 퇴임 이후에도 권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유시첸코는 이날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는 어디까지나국내 문제로 외국 지도자들은 어떤 후보도 지원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그는 또 "오는 26일 결선 재투표에 앞서 자신의 신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하지만 죽음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시첸코측 시위대는 의회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실패하자 정부청사에 대한 봉쇄에 들어가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도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광장을 떠나지않겠다며 시위 대오를 재정비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를 비롯해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보리스 그리즐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 등은 6일 키예프에서 3번째 만남을 갖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