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일 폴란드에서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발언한 것은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포석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의 강경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 정부 안팎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대한 경고성 의사표현이자 북한 역시 북핵 6자회담 참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상황에서 하루 빨리 회담에 복귀하라는 뜻을 나란히 깔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북한이 회담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발언의 연장선에서 `어떤 식이든 북한의 현 체제 내에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유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다시 말해 북한이 극히 우려하는 체제붕괴론에 대해 우리의 공존공영 입장을 명확하게 재정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칠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의 `북핵문제의 외교.평화적 해결합의'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언급은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기 부시 행정부의 정책정립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북한 입장을 밝힌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미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합의한 마당에 부시 2기 행정부의 정책이 당분간은 강경 일변도로만 치우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단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이유로 `관망'만 하다가는 또 실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측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기대를 겸한 일종의 대북권유를 깔고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아울러 미국에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콜린 파월 장관을 필두로 한 온건파인 미 국무부 라인이 내년 초 대폭 교체되는것을 계기로 미 행정부 외곽에서 강경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존재하는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미국 내에는 미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매우 강경한 주장을 하는사람이 많다"고 이 같은 우려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그러나 대화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은 미국에도 할 말은하고 있으니 북한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촉구성 발언이자, 미국에도 외교적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는 한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전제로 해야지 한반도야 깨지든 말든 핵무기만 해결되면 된다 할 수는 없다. 때문에 한국민의 생각이중요하다"고 말한 대목은 북핵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