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중도우파 연정이 사실상 붕괴했다. 샤론 총리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1일 의회에 상정한 2005년도 긴축 예산안이 1차 독회에서 반대 69대 찬성 43표로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예산안은 두차례의 독회를 더 남겨놓고 있지만 내년 3월 31일까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샤론 총리정부는 자동적으로 해산되고 조기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 연정 와해 = 샤론 총리는 예산안 1차 독회에서 치욕적 패배를 당한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연정 제휴세력인 시누이당 소속 장관 4명을 해임했다. 해임결정은 오는 5일부터 발효한다. 의회 내 15석을 보유하고 있는 시누이당의 탈퇴로 의회 내 샤론 총리 진영은 전원 리쿠드 소속의 40석으로 줄어들었다.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계획에 반대하는 민족종교당과 국민연합이 이미 연정에 탈퇴한 상태에서 시누이당까지 이탈함에 따라 연정은 사실상 붕괴됐다. 리쿠드당 중앙위원회는 중도좌파계 제1 야당인 노동당과의 연정 협상 재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주 중대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이스라엘 라디오가 전했다. 리쿠드 중앙위원회는 지난 8월 노동당과의 연정 제휴협상 중단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리쿠드당 내 상당수 의원들이 내년말까지 가자지구 21개 전체 정착촌과요르단강 서안 4개 정착촌에서 철수한다는 샤론 총리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세속정당인 시누이당의 연정 이탈은 예산안 독회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시누 이당은 극우 종교기관들에 대한 예산 증액과 사회복지 예산 삭감에 항의해 반대표를던지겠다고 공언했다. ◇ 연정 새판짜기 돌입 = 샤론 총리는 22석의 노동당 및 극우 종교정당인 민족종교당과 연합토라유대주의당에 제휴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노동당은 가자지구 철수 계획이 보장되지 않는 한 연정에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샤론 총리가 내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정통유대교 정당인 샤스당도 가자지구철수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샤론 총리는 국력 낭비와 정착촌 철수계획의 지연을 막기위해 조기총선을 피한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연정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언론은 샤론 총리가 오는 6일까지 노동당과 거국연정 협상을 매듭지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회는 야당진영이 샤론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상정한 정부 불신임안을 이날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만일 샤론 총리가 6일까지 지원세력을 규합하지 못하고 정부 불신임안이 의회를통과되면 조기 총선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정부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모셰 카차브 대통령은 샤론 총리나 다른 정당 지도자에게 44일 내에 원내 다수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준다. 그래도 정부구성에 실패하면 60일 내에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가자지구 철수 이행의 무기한 연기를 의미하고, 모처럼 조성돼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