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택지개발지구에 대한 빈집 철거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판교를 생활터전으로 삼아 살던 영세 세입자들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있다. 10년전부터 '비닐집'이라 불리는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안정례(69.여.삼평동)씨는 보상으로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얻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임대아파트가 세워질 때까지 당장 이사할 집이 없고 끼니를 해결할 생계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안씨는 그동안 아픈 몸을 이끌고 판교지역을 돌아다니며 고물을 줍고 주변 시설 채소단지에서 날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왔다. 판교지역에는 안씨와 같은 혼자 사는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 영세민이 70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주거이전비(1명 400만원, 4인가족 760만원)를 받지만 인근 성남에서 이 돈으로 셋방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인근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공공근로현장에서 생활하던 일부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인력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녀가장인 고교생 손녀딸과 함께 살고 있는 고모(67.여)씨는 최근 들어 일거리를 찾지못해 주운 헌옷을 손질해 벼룩시장으로 나간다. 한벌이라도 팔아 1만원을 손에 쥔 날이면 다행이고 허탕친 날이면 한숨을 안고 돌아온다. 세입자 가운데 아예 임대주택 입주권 보상에서 제외돼 오갈데 없는 이들도 있다. 1996년부터 단독주택을 임대해 살다가 2001년 4월 집 주인으로부터 퇴거요청을 받고 집을 비워주고 나온 세입자 가정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집 주인은 그 이후에도 실제 거주하지도 않았지만 보상은 모두 받았다. 주거지를 판교에 두고 지방 공사장에 장기간 일하다가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1989년 무허가건물 양성화조치때 누락돼 보상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세입자단체인 판교개발세입자대책위원회는 "형편이 어려운 영세민들만이라도 철거기간 동안 주거할 수 있는 임시 이주시설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영세 세입자 대부분이 지역내 사업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자녀교육비와 생활비를 벌어왔다"며 "택지개발로 일터를 잃은 만큼 가옥주에 준하는 생활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교개발세입자대책위원회 석진곤(47) 회장은 "한 집에 두 가구가 살아도 가구마다 보상받는데 변변한 부엌이 없다며 보상에서 제외하는 세입자도 있다"며 "300-400가구에 이르는 영세 세입자들을 위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