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철강업체와 한국 포스코가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고로를 보수하거나 수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강판 수급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원자재로 쓰이는 강판의 공급 부족사태가 우려되면서 강판의 국제시세가 뛰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업체인 닛산은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공급부족으로 이달말부터 내달초에 걸쳐 5일간 일본 내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닛산자동차의 경우 2만5천대 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JFE와 신일본제철이 내년 상반기 고로보수를 위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철강재 공급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포스코가 설비 보수를 위해 내년 3월 중순부터 냉연강판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광양제철소 2고로의 가동을 2개월간 중단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 자동차,전자업체들이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는 이 기간 30만t 가량 강판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며 현대차를 비롯 수요업체에 대비책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경우 최근 정몽구 회장이 일본 JFE제철소를 방문,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20일치 조업물량에 해당하는 20만t 가량의 강판 재고를 확보,조업에는 지장이 없지만 적정재고 30만t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내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한국과 중국 내 생산량도 올해보다 상향 조정,자동차 강판의 원활한 공급이 주요 경영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년도 국제적으로 냉연강판의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데다 주요 수입원인 일본제철소가 자국업체 우선공급 정책을 펼칠 경우 물량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이미 이달 들어서만 냉연강판의 국제 가격이 t당 50달러 가량 오른 상태여서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하락에 이어 생산원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가전제품용 냉연강판의 시중가격이 최근 한 달간 3천엔(4%) 상승하면서 전기아연도금 강판 등 다른 철강재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냉장고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안정적인 생산은 물론 수익성에도 빨간 불이 켜지는 등 국내 산업계가 철강대란의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