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협상을 본격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무역구조가 점차 FTA 체결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국가들은 최근들어 빠른 경제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그 중요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문제는 정부가 그 당위성이나 방침은 수없이 밝히면서도 실제 추진은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 협정체결이 이뤄진 것은 칠레 한 나라 뿐이다. 일본과는 말할 것도 없고,이번에 본격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과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오래전의 일이다. 물론 FTA가 무조건 우리 경제에 유리하다고 볼수만은 없다. 특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본과의 FTA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농업분야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소부품업체들은 적지않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FTA 체결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어떻게 하면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략과 우선순위를 설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외국과 협상뿐 아니라 국내 관련 집단의 이해를 조정하고 FTA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칠레와 FTA를 체결할 때도 농민들의 반대로 국회비준이 몇차례 늦춰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듯 FTA는 국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부서를 확충해서라도 국민들에게 FTA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과의 FTA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 등도 정부가 적극 나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들도 FTA 체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인들이 멕시코와의 FTA 성사를 위해 자국은 물론 멕시코내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직접 설득하는 등 협상대상국에서도 FTA를 찬성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은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수출시장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FTA 체결 확대는 불가피하다. 환율급락 등 점점 어려워지는 수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수 있다는 점에서도 FTA 확대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