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조부 유골 도굴사건의 용의자 4명 가운데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18일 분묘발굴 사체 등 영득 혐의로 정모(43)씨와 박모(47)씨, 조모(38)씨 등 3명을 긴급체포하고 달아난 김모(40)씨를 쫓고 있다. 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 1999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 유골 도굴사건의 주범으로, 지난해 12월 경기도 여주교도소에서 성탄절 특사로 출소한 뒤 같은 수법의범행을 또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과정 경찰조사 결과 지난 9월 범행을 모의한 정씨 등은 10월 7일, 9일, 18일 등 세차례에 걸쳐 공주시 정안면 보물리에 있는 김 회장 선영을 사전답사한 뒤 같은달 20일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김 회장 조부 묘에서 두개골과 팔 및 엉덩이 뼈등 유골 5점을 도굴했다. 이들은 마을길이 아닌 야산의 농로를 이용해 미리 가지치기를 하는 등 도주로를 확보해 뒀으며 정씨가 동일수법 전과자이기 때문에 수사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사건당일 정씨는 직접 현장에 오지 않고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현장에서는 상하수도 공사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조씨의 기술로 무난히 무덤을 파낼 수 있었으며 범행 직후 이들은 대전시 중구 대사동의 한 사우나에서 정씨를 만나 추후 일정을 논의했다. 21일 오전 8시께 조씨는 유골을 검은색 비닐봉지에 넣고 플라스틱 통(25X30X23cm)에 담아 박씨의 쏘렌토 승용차를 몰고 자신의 고향인 충북 옥천 군북면으로 가져간뒤 야산 바위 밑에 묻었다. 또 같은 시각 정씨와 박씨는 대전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오전 10시42분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공중전화를 이용해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전화통화에서 일부러 경상도사투리를 쓰며 "김승연 회장을 바꿔달라, 선영에서 유골을 가져왔으니 확인해보라"고 말했으나 김 회장이 당시 출장 중이라 특정 금액을 요구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21일 오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언론을 통해 범행 사실이 알려지자 더이상 협박 전화를 하지 않고 각자 흩어져 은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동기 박씨는 경찰에서 "사업에 실패해 수억원의 빚을 졌는데 지난 9월 같은 동네에서 어울려 지내던 정씨가 `돈을 벌 방법이 있다'며 범행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자신이 수백만원 빚을 지고 있던 조씨에게 "같이 한탕해 빚을 갚겠다"며 조씨를 범행에 끌어들였고, 이어 조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현재 범행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으나 공범 박씨 등에 따르면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 유골 도굴사건으로 5년형을 살고 지난해 12월 출소한 뒤 지금까지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생활비에 쪼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경위 공주경찰서는 동일 수법전과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오던 중 신 회장 부친 묘도굴사건의 주범 정씨가 지난달 공주에서 휴대전화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정씨를 소환해 사건 당일 행적을 추궁했다. 경찰은 정씨가 범죄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자 평소 정씨와 친하게 지내던 조씨 등을 상대로 수사 범위를 넓혔으며 이들이 채무관계가 복잡하며 사건 당일 행적 등을 허위로 진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박씨가 2차 조사후 잠적해 버리자 소재지를 추적한 끝에 17일 오후 7시께경기도 하남시 천현동 팔당호 주변에서 박씨를 검거해 자백을 받아내고 한 시간 뒤 조씨를 붙잡아 유골을 회수한 뒤 정씨를 검거했다. ▲용의자 주변 이번 사건의 주범 정씨는 1999년 3월초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충골산에 있는 신회장 부친 묘소를 파헤치고 시신의 일부를 가져간 뒤 회장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유골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8억원을 요구하다 붙잡혔던 인물이다. 정씨는 17세이던 1979년 3월 절도와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처음 입건돼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이후 83년 12월 대구에서 특수강도 행각을 벌이다 검거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는 등 최근까지 전과 10범으로 수시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모두 13년 5개월간 수감생활을 해왔다. 또 조씨는 강도예비 등 전과 8범, 박씨는 도로교통법위반 등 전과 2범, 달아난 김씨는 사기 등 전과 4범이다. 정씨와 조씨, 박씨는 모두 대전시 동구 인동과 대동에 살면서 10여년 전부터 선후배 사이로 지내왔으며 그동안 올바른 직업을 갖지 못하는 등 경제적 곤란을 겪어왔다. (공주=연합뉴스) 정윤덕.성혜미 기자 cobra@yna.co.kr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