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윤성희(31)씨가 두 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문학동네)을 발표했다.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이후 3년 만에 낸 것으로, 표제작을 비롯해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어린이 암산왕' `봉자네 분식집' `잘 가, 또 보자' 등 10편이 실렸다. 평론가 소영현 씨의 말처럼 윤씨의 소설은 `물밑처럼 조용하고, 귀 밝은 사람이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난쟁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매우 희미한 존재감을 가진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주변인의 주변인'이라고 할수 있다고 소씨는 말한다. 어머니와 쌍둥이 언니, 아버지를 차례로 잃고 혼자남은 `나'가 기차에서 우연히만난 사람들과 만두가게를 차린다는 줄거리의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여동생은 시집 보내고 남동생은 유학 보낸 뒤 혼자 사는 시청 공무원이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중고품 가게를 드나드는 모습을 그린 `누군가 문을 두드리다' 등은 세상 한구석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작은 꿈틀거림을 보여준다. 방화범을 위해 전화 고지서 등의 종이를 골목에 버려 두는 여자와 그것을 따라가다가 여자와 만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거기, 당신?'도 눈에 보이지않는 유령같은 존재들의 소곤거림을 들려준다. 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윤씨의 소설은 문장에 부사가 없고 형용사도제한되어 있다"면서 "삶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처리한 그의 글을 잘 음미하자면상당히 공을 들여야 한다"고 평했다. 280쪽. 8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