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져 나온 이라크에서의 고성능 폭발물 도난 사건이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간의 선거 공방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 사건을 놓고 뉴욕 타임스(NYT)와 CBS가 부시 행정부 공격에 앞장을 선 반면, NBC는 미군 도착전 증발설을 제기하며 부시 행정부에 유리한 보도를 하는 등 언론간 대리선거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NYT와 CBS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함락후 폭발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책임을 물은 반면, NBC는 미군 도착전 없어진 만큼 폭발물 분실의책임을 부시 행정부에게 돌리기 어렵다는 식으로 보도를 한 것. 전날 인터넷판을 통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NYT는 26일 사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잘못된 이라크 침공이 사담 후세인이 하지 못할 것을 이룬 것 같다"면서 "이는 위험한 무기를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기고 이라크내 알카에다의 싹을 키워준 것"이라며 비판의 톤을 더욱 높였다. 앞서 CBS의 댄 래더는 저녁 방송을 통해 "선거를 8일 앞두고 이라크에서의 나쁜소식이 선거판을 휩쓸고 있다"면서 "백악관은 오늘 막대한 고성능 폭발물이 이라크의 무기고에서 분실됐음을 시인했으며 케리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대실책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NBC는 전날 "미 제101 공중강습 사단이 바그다드 함락 다음 날인 지난해 3월10일 알 카카에 도착해 수색에 나섰으나 이미 폭발물은 사라졌다"고 보도한데 이어 26일 "폭발물이 사라진 시점이 여전히 미스터리인데도 선거 종반의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진영은 공화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NYT와 CBS가 일종의 또다른'래더 게이트'(부시 대통령 병역특혜 논란 보도)를 꾀하려 하고 있다며 발끈한 반면,케리 후보 진영은 NYT와 CBS가 맞고 NBC가 틀린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 진영은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케리 후보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 공세를 일삼고 있다"면서 "그는 정치적인 이익을 얻을 기회만 있으면 무슨 말이든, 무슨 일이든 할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케리 후보 진영도 e-메일을 통해 '당시 미군이 약탈자들을 쫓아내고 무기들을 확보하려는 보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기사 내용이 담긴 MSNBC의방송 원고 내용을 전파했다. 한편 AP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프레드릭 조운즈 대변인이 "우리는 조사기관이 아니며 국방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부시 행정부는376t의 고성능 폭발물에 대해 구체적인 응답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 사건에 관한)엇갈린 보도들을 미해결인 채로 남겨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