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21일 열린우리당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이날 오전부터 당 안팎에선 위헌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급속히 돌기 시작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안병엽(安炳燁) 제4정조위원장, 임종석(任鍾晳) 김현미(金賢美) 대변인 등 지도부 10여명은 오후 2시 헌재 결정생중계를 시청하기 위해 국회 당의장실에 모였지만 이례적으로 TV 시청 장면을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위헌 결정이 발표된 후 천 원내대표와 이 의장, 김 대변인 등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황망히 자리를 떴다. 당 지도부와 TV를 시청한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국가의 권위가 다 사라졌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임종석 대변인은 기자실을 찾아 "예상하지 못했던 너무나뜻밖의 결과여서 커다란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TV 중계를 지켜본 우리당 소속 의원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복기왕(卜箕旺) 의원은 "할 말을 잃었다"며 "조만간 충청권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존에 추진된 행정수도 이전이 합법적으로 계속되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의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지도부가 헌재 결정이 비관적으로 내려질 것이라고 미리 예상했는지 의원 개인 의견을 언론에 이야기 하지 말라고 오전부터 당부했다"며 입을 닫았다. 헌재에 대한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대전 서구을이 지역구인 구논회(具論會) 의원은 "보수적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는데 대해 보복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교육위 소속인 구 의원은 국감장에서 의사진행발행을 신청을 통해 "자괴감이 든다. 더 이상 입법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자리를 떴다. 김갑수(金甲洙) 부대변인은 헌재가 관습법을 언급한데 대해 "관습으로 통치하자는 거냐. 조선시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