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새 총리로 임명된 서 윈 총리는 지난해 발생한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 공격의 배후인물이라고 미국이 20일 주장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서 윈 총리가 "지난2003년 5월 30일 아웅산 수지 여사 일행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 결정에 직접 관련돼있다"는 내용의 믿을 만한 보고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우리는 광범위하게 이 문제를 조사했다"면서 "이 보고서의 출처는 정확히 모르지만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웅산 수지 여사와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자들은 지난해 친(親)군정 집단의 습격을 받아 최소한 민주인사 6명이 숨졌으며 이후 수지 여사는 가택연금상태에 놓여있다. 바우처 대변인은 서 윈 총리의 취임이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며 미얀마 군정과 야당 간 관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수지 여사와 다른 정치범들의 석방을 위해 미얀마가 의미있는 대화에참여해야 하고 진정한 국가적 화해를 시작해야 한다는 기존 미국측 주장을 재차 반복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이날 킨 윤 총리의 실각으로 그동안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미얀마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접근을 하도록 노력해왔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오는 2006년 미얀마가 의장국이 돼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으며 영국을 비롯한 일부 EU 국가들도 EU에 대해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FT는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라 아세안이 이번 미얀마 지도부 교체를 비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한 지역 분석가는 미얀마 정부의 최근 변화 노력이 중단되면아세안이 강경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이미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해 인내를 잃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산 위라유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킨 윤 총리 통치하에서 수지 여사가 석방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수지 여사가 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은 더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 대한 아세안의 입장은 다음달 라오스에서 열리는 연례 정상회담에서우선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라잘리 이스마일 유엔 미얀마 특사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이행계획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킨 윤 전 총리의 중재 없이는 미얀마 정권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킨 윤 전 총리는 서방세계에 관해 거짓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반대의견을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고위 인물 중 한 명"면서 "강경론자들은 세상을거의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