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프로답게 출범해야 하는데..' 요즘 배구인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배구계의 숙원인 프로 원년 리그의 내년 1월초 출범을 목표로 운영 주체인 한국배구연맹(KVL)이 18일 닻을 올리지만 프로배구의 틀을 어떻게 짤 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KVL과 대한배구협회, 남녀 10개 구단 프런트 요원들은 다음 주 워크숍을 열어프로배구 연착륙을 위한 지혜를 모아볼 계획이다.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80-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배구의 인기를 회복하고프로야구(82년 출범), 프로축구(83년), 프로농구(97년)에 이어 명실상부한 4대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아야 한다는 것. ◆후속작업 급물살= 18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리는 KVL창립 총회에서는 김혁규 초대 총재 취임과 정관 승인, 사무총장 선임 등 조직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시작이 반'이라 이후 문화관광부에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내고 사무처 인력을구성하는 등 후속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 감사가 선임되고 경기.심판.소청위원회도 만들어진다. 그러나 원년 리그의 운영 방식과 선수 대우, 변형 룰 도입, 마케팅 전략 등 '각론'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삼성화재 이용호 부장은 "각 구단들이 지향하는 공통 분모를 찾아 공감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KVL과 구단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KVL 추진이 남자 구단 위주로 전개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자팀들도 발언권을 주장할 전망이다. ◆프로배구 뭐가 달라질까= 프로로 간판을 바꿔 달지만 용병이 도입되지 않는한 선수 자원은 그대로다. 팬들이 피부로 체감할 차별성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대목. KVL은 원년에는 취업 비자 문제가 있고 시간이 촉박해 용병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탄력넘치는 남미 선수와 유럽리그의 '인간 장대'들을 수입하겠다는 복안. 대신 새롭고 활력넘치는 경기를 통해 프로의 '외형'을 갖추고 팬들과 직접 호흡하는 이벤트로 '내용'을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겨울 배구리그는 84년 대통령배대회를 시작으로 11년을 운영하다 95년부터 슈퍼리그로 9년을, 지난 시즌 V투어로 한해를 보냈다. 원년 시즌은 '홈앤드어웨이'가 기본 틀이 되겠지만 각 구단별 연고지 선정이 선결돼야 한다. 변형 룰은 작년 대학배구 최강전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부분 사이드아웃제나백어택 가중 점수제 등이 아이디어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들 신분 어떻게 바뀌나= 실업배구 선수들은 그동안 모기업의 사원이었지만 프로가 되면 자유업 종사자로 신분이 바뀐다. 그러나 능력에 따라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예를 들어 10년 넘게 한 팀에서 공헌해온 선수를 프로가 됐다고 당장 내칠 수도 없는 노릇.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가 된다고 무조건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또 공헌도에 따라 기존 선수의 대우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인 선수의 경우 구단들이 드래프트를 원칙으로 합의해 곧 대학.고교 유망주들을 놓고 추첨을 진행할 방침이다. 리그에서 벌어들일 수입 배분도 팀별로 독립채산제를 적용할지, 전체 리그를 '하나의 파이'로 놓고 수익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할 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