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이 서류전형에서 학생부 성적을반영하며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논술ㆍ면접 시험의 비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각 대학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수시2학기 모집에서 주요 대학들은 다단계 전형을 실시, 1단계 학생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2∼3배수를 선발한 뒤2단계 심층면접과 논술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그러나 학생부와 수능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자료는 객관적 평가기준이 명확하지않은데다 고교등급제 논란까지 겹쳐 면접과 논술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과거의 `본고사'식 시험이 재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각 대학들도 논술이나 면접 등의 점수가 전체 전형자료에서 반영 비율이 얼마인지는 밝히고 있지만 이들 자료의 최고점과 최저점 등 구체적인 반영방법은 언급하지않아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교조는 일부 대학이 논술ㆍ면접 등 대학별 시험을 과거의 `문제풀이식 본고사' 형태로 치른 사례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2002년에 한양대가 2003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치른 전공적성검사의 `언어.수리' 지필고사 문제가 교육부가 금지한 `문제풀이식 본고사'로지적돼 교육 당국으로부터 재정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주요 대학들은 현행 전형제도 테두리 내에서 논술과 면접 시험의 변별력을최대한 높여 `학력우수 학생 선발'이라는 재량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선해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이라며 "내신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심층면접이나 논술을 강화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모집단위에서 지원자의 99%가 1등급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며 "이렇게 1등과 꼴찌 사이에 백분율 석차가 의미없게 되는 상황이라면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연택 한양대 교무처장은 "학생 선발시험은 학업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며 "다만 그같은 시험이 본고사처럼 필답고사의 형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될 수 있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심사를 강화해 학생 개개인의 사고능력과 판단능력 등을 평가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형평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학생 선발에 있어서 대학의 재량권도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연구실장은 "이제까지 대학들은 면접ㆍ논술의 변별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학생부의 실제 반영률을 줄이는 대신 면접ㆍ논술의 변별력이 없을 경우 학생부 적용 편차를 늘리는 `고무줄'식 반영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수시모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부의 반영 폭에 대해서는 대학관계자들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며 "이번 등급제 파동 때문에 대학들이 전형과정에 더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김병조 기자 zoo@yna.co.kr cim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