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 판세를 종잡을 수 없는 혼미 국면이 이어지자 결국에는 국내외의 돌발 변수로 인해 승부가 갈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설이미국 정가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막판 선거 양상을 크게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변수로는 물론 이라크전의 전개양상이 첫째로 꼽히겠지만 월 스트리트 저널은 6일 이밖에도 5개 요인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저널이 5개 요인별로 짚어본 `10월의 충격' 가능성. ▲아프가니스탄 선거= 이라크전을 둘러싼 논란에 뒷전으로 밀렸지만 이번 주말아프간에서는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17명의 상대와 겨루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카르자이는 미국이 선호하는 후보지만 더 큰 문제는 투표가 차분하고 질서있는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지 여부다. 만일 투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아프간과 이라크가 민주화의 길에 들어섰고 나아가 중동 안정의 초석이 됐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이라면 미국이 알 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에 전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라크로 눈을 돌렸다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선거 전에 빈 라덴이 체포되거나 사살되면 그 충격파는 지대할 것이다.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체포 또는 사살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선가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마찬가지. 빈 라덴의 체포는 다른 어떤 변수보다 "아프간에 집중해야 할 테러와의 전쟁 자원과 관심을 이라크로 분산시켰다"는 케리 후보의 주장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며 "대(對)테러 전선 여러 곳에서 진전이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이만큼 힘을 실어줄 변수도 없다. ▲후보 토론의 가열= 대선 후보간 토론의 결정적 순간이 이미 지나갔는지 아직도래하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앞으로 남은 두차례의 토론회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더욱 종잡을 수 없고 결과를 예상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첫 토론 결과 케리 후보가 힘을 받게 됐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런 인식이나 토론중 인상을 찡그렸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두 후보에 대한 기존의관념을 고착화했다고도, 그렇다고 뒤바꿨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오일 쇼크= 지금까지 경제나 주식 시장, 선거운동은 모두 배럴당 50달러에 달한 유가에 대단히 무신경했다. 그러나 선거일까지 석유 공급에 심대한 차질이 생기고 특히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할 경우 선거전의 균형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누가 수혜자가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악재가 발생하면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단한 오일 쇼크가 발생한다면 유권자들은 9.11이라는 또다른 위기에 단호하게 대처한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를 떠올릴수도 있다. ▲테러 공격= 대선 전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공포는 매우 높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테러 가능성은 알 카에다가 선거를 방해하기를 원하는지, 부시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혼란을 조성하려 하는지, 아니면 이라크에대한 그의 강경한 태도가 알 카에다 요원 모집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감안해 그의재선을 원하는 지에 달려 있겠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길은 없다. 테러가 발생하면 유권자들이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할 가능성이 좀더 높아보이지만 그를 책망하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예측가능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이번 선거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