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지난 8월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LPP(연합토지관리계획) 수정협상에 이어, 6일 주한미군 감축협상도 타결지었다.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까지 포함하면 지난 해 3월 참여정부 출범후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던 한미동맹 관련 핵심 군사현안 모두가 일단락된 셈이다. 양국은 특히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 서로 입장과 견해를 검토하면서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을 함으로써 `윈-윈'의 모양새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 및 LPP 수정협상에 이어 이번 주한미군 감축협상의 타결은 한미동맹의 현대화.효율화 프로세스의 1단계 조정작업이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구조조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한미간 합의에 따르면, 그동안 3만7천여명의 주한미군 병력은 지난 8월 이라크로 차출된 미 2사단 병력 3천600명을 포함해 연내에 5천명이 철수하고, 2005년 3천명, 2006년 2천명, 2007∼2008년 2천500명이 잇따라 철수할 계획이다. 미군기지 재배치 작업도 미군 감축일정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고 진행된다. LPP 수정협상에 따르면 1단계로 2006년까지 경기 북부 기지를 통폐합해 동두천.의정부, 오산.평택, 대구.부산 등 3개 허브를 만들게 되며, 2단계로 미 2사단의 이전 여부 및 이전시 구체적 일정은 한반도 안보상황 진전 여부에 달려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6일 "주한미군 기지의 조정 및 통.폐합과 병력 감축은 한미동맹을 현대화.효율화 하기 위한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1단계 조치"라고 평가했다. 즉, 세계 안보환경의 변화와 군사기술 혁신, 미군의 전략개념 발전 등에 맞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50여년간 거의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한미 군사동맹의 하드웨어 부분에 대한 조정을 이번에 마무리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봄 이후 동시다발로 한미간 협상테이블에 올랐던 무거운 현안들이 다 타결됨으로써 한미동맹이 현대화와 효율화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 부분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진행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부분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연합지휘체계 조정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미 연합군의 군사교범 및 작전개념, 군사운용체계의 조정 문제도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특히 `동북아 지역 기동군화' 또는 대북 억지력 약화 가능성과 관련해 국내 일각의 우려 섞인 견해도 있어 자못 민감한 대목이다. 미국이 동북아 등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안보위기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더 나아가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외교안보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한미동맹의 주요 도전과 과제」에서 "기동군의 성격을 갖는 주한미군의 행동을 한국이 통제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원치 않는분쟁에 휩쓸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해외주둔 미군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지, 주한미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마련한다면 그다지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당국의 시각이다. 즉,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유사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차출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미 본토 및 전 세계 각지에서 최첨단 전력을 갖춘 증원군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도리어 대북 억지력이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 당국은 유사시 주한미군의 해외이동시 한미 양국간 사전협의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해외이동은 인정하더라도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한국군의 해외원정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현재 한국군은 지상군에 의한 육상방어를, 미군은 첨단 정보력과 해.공군력에 의한 입체방어를 각각 담당하는 사실상의 역할분담 체제를 균형있게 조정하는 문제와 한반도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이 행사하게 돼있는 현 연합지휘체계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 등도 앞으로 시간을 두고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북핵문제 해결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경우에 대비한 중.장기적 한미동맹의 성격과 역할, 기능을 조정하는 문제도 양국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