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가 해방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발표했던 3편의 단편소설 '이맛살' '절 한 번' '풍우가'가 발견됐다. 월간지 '문학사상'은 10월호에 연세대 국문과 강사 김병길씨가 최근 발굴한 김동리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이번에 발굴된 작품들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비어 있던 김동리 문학의 공백기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1947년 발표됐지만 원발표지가 확인되지 않아 전집 간행과정에서 빠졌던 '이맛살'은 김동리 전집의 소설 연보를 근거로 발굴됐다. '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회고형식을 갖춘 이 작품은 한 소녀를 향한 사랑을 담은 대중소설이다. 쌀 배급이 줄어밀가루로 연명하던 '나'가 잠시 한 소녀를 사랑했던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 '절 한 번'은 1948년 '평화일보'에 연재됐던 소설로 일본 제국주의가 기세를 올리던 1939년을 배경으로 '명순'과 '종수'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의 불륜관계를 심리묘사를 통해 애틋한 사랑으로 그려냈다. 비슷한 시기 사회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던 김동리의 '윤회설' '해방' 등과 비교하면 이 두 작품은 예외적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인간의 운명을 탐구하는 '구경적(究竟的) 생의 형식'을 잘 보여준다. '풍우가'는 1950-51년에 쓴 작품으로 한국전쟁기에 발표된 작품의 상당수가 발표 지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더욱 의미를 갖는다. 전쟁이 터지고 부산으로 피난을 온 이정수에게 아내 영숙의 친구 미리가 찾아온다. 영숙을 통해 연인이었던 석운이 전쟁에서 부상해 입원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리는 다리를 잃은석운을 찾아간다. 이 소설은 개인이 국가에 복속된다는 당시의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한국전쟁에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한다. 대중을 의식한 통속성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이 소설역시 우연과 운명의 교차라는 김동리 문학의 화두를 따르고 있다. 김병길씨는 "원본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발표지면이 확인되지 않아 전집에 빠졌던 김동리의 작품들이 (해방기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집중돼 있다"며 "김동리 소설문학의 대중성을 설명하고자 할 때 ('구경적 생의 형식'이라는) 세계이해방식이 주요 단서로 발견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