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단행에 이어 한동한 잠잠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등 대외여건이 어두워지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비롯, 각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주변시각도 한층 어두워지는 형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 경제가 `더블 딥(DOUBLE DIP, 이중하강)' 초기단계에진입했다면서 비관론에 가세했다. ◆ 미국 금리인상..수출에 암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1일(현지시간) 올들어 3번째로 금리인상을단행,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FOMC는 올들어 벌써 세번째 금리를 상향 조정, 0.75%포인트나 끌어 올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구매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고전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압력으로 작용, 수출에 도움이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저금리기조의 탈피와 함께 선진국 경기의 전반적인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에당분간 우리의 수출둔화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 국제유가 다시 급등 이라크 정세의 불안과 허리케인의 영향 등으로 미국의 석유재고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1일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 WTI)는 전날보다 0.62달러 상승한 배럴당 46.96달러를, 북해산 브렌트유는 1.23달러 오른 44.35달러를 각각 기록, WTI는 나흘째, 브렌트유는 닷새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달초부터 유가가 하향안정 기미를 보이면서 물가당국도 그동안 고공행진하던각종 물가지수가 9월부터는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의 추세는이러한 낙관론을 무색케 한다. 원유수입가격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37%, 생잔자물가는 0.61% 오르게 된다. 따라서 지금의 유가반등 추세가 계속될 경우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의 상승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 우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21일 연 3.52%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국고채 수익률이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치인 연 3.50%에 바짝 다가섰다. 일각에서는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하루짜리 콜금리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은의 콜금리 추가인하를 기대한 투기심리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서는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데따른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가불안이 계속되고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확고한 상황에서 한은이 콜금리를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시장분위기는 오히려 경기부진의 장기화에 무게를 두고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성장률 하향전망 러시 이러한 가운데 ADB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4.4%로 하향조정했다. ADB는 22일 발표한 `아시아 발전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기과열 억제 움직임과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수요감소로 인해 한국의 수출증가율 둔화가 심화될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이같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ADB는 지난 4월에도 예상 성장률을 5.0%에서 4.8%로 낮춘 바 있다. ADB는 특히 수출증가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내년의 예상 성장률을5.2%에서 3.6%로 크게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의 제임스 맥코맥 국제신용평가팀 이사는 최근 방한해우리나라 성장률이 내년에 5% 이상으로 높아지겠지만 올해는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세계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지난 8일 한국의 기술제품 수출둔화를 이유로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3%로 낮추는 한편 내년 성장률 전망도 4.5%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 전경련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전경련 금융조세위원회.경제정책위원회소속 기업인들과 토론회에서 배포한 '경제활성화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경제계 제언'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작년 9월 이후 경제회복 국면이 내수 뒷받침 부족으로 지속되지 못하면서 다시 수축국면으로 접어드는 이른바 '더블 딥' 초기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