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무사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서울시 서초동 세무사회관을 찾은 기자에게 정구정 세무사회장이 대뜸 던진 말이다. "글쎄요. 세금 덜 내주도록 도와주는 사람 아닌가요"라고 얼버무리자 정 회장은 "맞긴 맞는데 절반만 맞다고 할 수 있지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회장은 우선 "좋은 세무사"와 "뛰어난 세무사"를 구분했다. 뛰어난 세무사는 의뢰인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도록 해주는 세무사라고 할 수 있지만 좋은 세무사는 내야 할 세금만 내도록 도와주는 세무사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 회장은 "뛰어난 세무사는 고객에게는 최고의 세무사지만,세금을 거둬들이는 정부로서는 최악의 세무사"라며 "그렇지만 좋은 세무사는 고객과 정부 양쪽으로부터 모두 인정받는 세무사"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는 세무사가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들과 어떻게 다른가도 설명했다. 변호사나 회계사의 이해관계자는 주로 민간이지만,세무사는 정부(국세청)를 이해관계자로 두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정 회장은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세무사 업무는 고유 전문직이며 다른 전문직종과 공유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사법고시나 회계사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 자격증을 바로 받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그는 작년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줄기차게 대정부 투쟁(?)을 벌여 변호사와 회계사가 세무사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목표를 완전히 이룬 것이 아니며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가 남아있는데 명칭만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문제지요. 위헌소지도 있어요. 위헌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예 자동자격부여제도를 폐지하고 세무사시험에 통과해야만 세무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정 회장은 새로운 과제도 설정했다. 세무사에게 조세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일이다. 현재 소송은 조세분야라 하더라도 변호사만 담당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조세분야에 있어서는 변호사보다 세무사가 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기업체의 기장대리 등을 통해 재무상태를 알고 있어 조세소송에 있어 세무사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세무사 비용이 변호사 비용보다 저렴해 국민편익에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2천만원 이하 소액민사소송은 변호사 외에 배우자 등 가족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무분쟁에선 세무사에게도 소송대리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걸음에 가기 힘들면 1심만이라도 세무사에게 소송대리 권한을 주는 것을 검토해 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 [ 약력 ] 나이:51세 출생:충북 충주 학력:명지대 경영확가 졸업 동국대 불교대학원 졸업 경력:75년 세무사시험 최연소 합격,77년 세무사 개업,한국세마사고시회 13대회장,서초 세무사협의회 회장,서초세무서 과세전적부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