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임대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서울 이태원동 한남동 이촌동 동빙고동 등 대표적 외국인 주택촌에는 빈 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임대료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미군 및 미군 가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월세 2백만∼4백만원대 빌라의 경우 신규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임대료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태원동 써니부동산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집을 사는 경우는 아예 없어졌고 월세가 6백만원을 넘어가면 임대도 거의 안나가고 있다"면서 "외환위기 때도 큰 영향이 없었는데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축빌라의 절반이 빈 집 미군과 가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태원2동과 1동 일부 지역의 신축 빌라는 절반 이상이 빈 집으로 남아 있다. 다세대 빌라로 재건축한 신규 물량이 집중된 데다 미군들이 아예 영내 주택에 입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공인 관계자는 "거래는커녕 두 달간 부동산업소를 방문한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아리랑공인 관계자도 "요즘은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이 방 1∼2개짜리 값싼 집만 찾는다"고 말했다. 시티외국인부동산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일반 주거지역의 오피스텔,서비스드레지던스 등에 관심을 갖고 있어 이태원에 대한 희소가치가 감소하는 점도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급주택의 월세도 10%가량 떨어져 한남동 UN빌리지 등 최고급 단독주택의 월세는 현재 1천2백만∼1천5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작년 말보다 10% 안팎 떨어진 수준이다. 건평 50∼1백평 규모로 보통 작은 정원이 딸려 있다. 고급주택의 월 임대료가 하락하면서 최근엔 80∼90평형의 대형 고급빌라 임대료 수준과 비슷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들 최고급 단독주택에는 주로 외국 공관장,다국적기업 임원,국내기업 외국인 임원 등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고급주택의 임대료는 보통 일정기간의 월세를 먼저 지급하는 선불 방식인데,점차 그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통 2∼3년치의 월세를 미리 내고 입주했지만 지금은 6개월∼1년씩 나눠서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3년치 선불방식은 아예 사라졌고 3개월마다 월세를 내기도 한다. 보증금은 없다. 최고급 빌라의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지만,내부수리를 못한 1백15평짜리 A단독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1∼2년 전 월 1천만원선에서 현재 5백만원 수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