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애널리스트 등록제나 증권사 직원 위규내역 조회제도 등 자율규제 방안이 매우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 등록에 별다른 자격 요건이 없는데다 똑같이 조사 분석자료를 발표해도 해당 애널리스트가 증권업협회에 등록된 '회원 증권사' 소속이 아닐 경우 결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투자자들이 자신의 계좌를 관리하는 증권사 직원의 과거 비정상적 매매 및제재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위규 내역 조회 제도' 역시 해당 직원의 동의를 거쳐야만 조회가 가능해 사실상 '있으나마나'라는 지적이 많다. ◆ 신청만으로 '등록 OK', 대신경제연구소는 대상서 제외 한국증권업협회는 이달부터 조사분석 자료의 신뢰성을 높이기위해 애널리스트등록 및 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조사분석자료 작성자와 심사자, 승인자 등 관계자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협회 등록을 거쳐야만 조사분석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제도 시행 계획이 공표된 지난달 초 이후 이달 10일까지 증협에 등록한 조사분석 담당자는 모두 47개 증권사의 788명으로 이 중 대부분인 786명은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8월말까지 등록을 마쳤다. 증협은 제도의 '소급 적용' 문제를 들어 9월전 등록 신청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사과정없이 모두 등록을 승인했다. 증협 관계자는 "애널리스트 등록제도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소급 적용의소지가 있는만큼 증권사가 제도 시행 전에 관계자 등록을 요청한 경우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면서 "사실상 현재 활동 중인 애널리스트 등은 사내에서 나름대로 검증과 훈련을 거쳐온 인력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달부터는 뚜렷하게 애널리스트 등록이 까다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 투자상담사 및 금융자산관리사(FP) 등록시 적용되는 기준과 마찬가지로 과거 위법.부당행위 경력자나 복수 증권사에 재직 중인 사람 정도를 걸러낼 뿐이다. 미국의 경우 조사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임직원은 전미증권업협회(NASD)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고, 등록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NASD가 실시하는 일정수준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증협이 등록제를 통해 관리하는 애널리스트의 범위가 '(증협 회원)증권사 소속'으로 한정돼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실례로 현재 사실상 대신증권의 리서치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대신경제연구소의애널리스트 등 조사분석자료 관계자들은 '증권사'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애널리스트 등록 의무에서 자유롭다. 이외 각종 군소 연구소 및 투자정보업체 종사자나 사이버 애널리스트 등에까지 이번 제도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증협 관계자는 "대신경제연구소는 대신증권 소속이 아니라 독립법인이므로 이번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증협이 법적으로 감독기관 등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않는 한 사이버 애널리스트 등에 대한 관리나 규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리 범위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한정한다해도 현재 증협 자율규제부의 소수인력만으로 하루에 수백건씩 쏟아지는 조사분석자료의 규정 준수 여부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을 지 역시 의문이다. ◆ 1년반동안 증권사 위규내역 조회 단 '6건' 증협은 지난해 4월부터 투자자들이 자신의 계좌를 관리하는 증권사 직원의 과거위규사실(임의매매.일임매매.시세조종.내부자거래 등)과 제재내역을 조회할 수 있도록했다. 이 제도는 그동안 비공개 사항이었던 제재조치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이계좌관리 직원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증협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실시된 후 현재까지 1년6개월 동안 실제로 증권사 직원의 위규사실 조회가 이뤄진 것은 단 6건 뿐이었다. 이처럼 조회 실적이 부진한 것은 '제재내역 통보는 당해 직원이 제재내역 공개에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투자자는 위규내역 조회를 증권사에 요구하더라도 해당 직원이 내역공개를거부할 경우 '공개거부사실'만을 통보받게 된다.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이같은 조건은 증권사 직원들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협회나 증권사측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를 대비, 삽입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법상 "증권업협회는 증권사 직원들의 징계, 제재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하고 정보 제공시 협회는 이와 관련해 직원이나 투자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함으로써 완전한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어려움에 빠진 증권업계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과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선언적 의미에 그칠 뿐 실효성이 없는 제도를 양산하는 것은 오히려 증협 및 증권업계의 의지를의심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