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삼익악기와 악기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야마하 등 외국 악기업체들이 첨단 제품 및 저가 제품들을 앞세워 국내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번 결정으로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다시 분리될 경우 국내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재현될 수 밖에 없고 자칫 국내악기산업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 왜 이런 결정내렸나=공정위의 이번 매각결정은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할 경우 양사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해 사실상 독점이 형성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합쳐질 경우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전통 피아노인 업라이트 피아노(가정용 소형피아노)부문에서 92%에 달하며 그랜드 피아노(대형 연주용 피아노) 및 디지털 피아노 부문에서도 각각 64.4% 및 63.4%를 점유하게 된다. 특히 국내 피아노 시장의 71.3%를 업라이트 피아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삼익이 영창을 인수할 경우 독점적 지위를 통해 가격인상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로서는 대체관계에 있는 제품이 사라져 선택의 폭이 줄고 이익을 침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분리되더라도 양사가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쟁체제로 돌아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우물안 개구리 시각'아니냐=악기업계는 공정위 판정이 악기시장 전체를 보기보다는 단일품목 기준으로 시장을 임의로 나눠 분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우물안 개구리식' 시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업라이트 피아노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부가가치의 그랜드 피아노나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디지털 피아노 분야에선 해외 업체들이 국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악기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의 야마하를 비롯해 일본 가와이,중국기업 등 경쟁력있는 외국산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추세"라며 "품목을 임의로 분류해 공정경쟁질서를 깼다고 주장하는 것은 업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중국 등 외국산 저가제품이 국내에 수입된 실적이 거의 없다"며 "외국산이 국내 피아노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공정위는 삼익악기측에 취득한 영창악기 지분 48.58% 전량을 1년 안에 제3자에게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런 조치가 기한 내에 이행되지 않을 경우 삼익악기는 매일 인수가액의 0.0002%씩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아들일 경우 1년 이내 지분을 매각해야 하므로 헐값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익악기가 법적대응을 할 경우 이의신청 대신 곧바로 행정소송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익악기측은 "오는 16일께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은 뒤 공식적인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