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주류와 비주류간의 갈등양상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내 최대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 소속 의원 19명은 27일 기자회견을갖고 당내 친일.독재 청산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사퇴, 행정수도 이전 반대당론 채택을 주장했다.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이른바 '비주류 3선 3인방'이 그간 개별적으로 들고 나왔던 주장이 '단체성명' 형식의 집단의사표시로 발전한 것.

비주류의 다른 한 축인 이방호(李方鎬)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 영남 중진의원들은 특정 계파가 당 운영에서 전횡을 저지르고, 원내전략도 상생에 치우친 나머지야당다운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대대적 공세를 벼르고 있다.

비주류측은 28∼30일 전남 곡성.구례에서 열리는 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 토론을 통해 박 대표측과 소장 개혁파,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계로 대별되는 주류측과맞서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비주류측이 연찬회를 앞두고 '거사'를 다짐하고 나선 것은 주류측이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연찬회를 기획했다고 판단했기때문이다.

박세일(朴世逸) 여의도연구소장의 '당의 미래와 국가선진화'에 대한 발제, 김형오(金炯旿) 총장의 당개혁방안 발표, 당명개정 토론, 5.18 묘역 단체참배 등 연찬회일정 하나 하나에 당을 주류측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게 비주류측의 시각이다.

실제로 주류측은 연찬회를 계기로 당의 체질을 '수구보수'에서 '열린 보수' 또는 '건전 보수'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주류.비주류 갈등은 일견 '노선투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권투쟁의 성격이 더욱 짙다는 분석이다.

발전연 소속 비주류 주도세력인 3선 3인방은 박 대표의 태생적 한계와 리더십및 콘텐츠 부족 등을 거론하며 벌써부터 공공연히 '대선 불가론'에 군불을 지피고있다.

그러면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대안세력을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당안팎에서 떠돌고 있다.

영남 중진들은 박 대표 체제에서 소장파에 밀려 당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데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김 원내대표가 당내 화합과 통합은 도외시하고 '자기사람 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당내 갈등이 이처럼 당권투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단순한 노선투쟁성격의 분열상과는 달리, 쉽사리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박 대표가 여권의 집중공격으로 흠결이 가기 시작할 경우 당내 갈등은 전면적인 차기 대권후보 경쟁으로 조기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