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투기지역 지정제도를 내놓은지 20개월만에 처음으로 주택투기지역 7곳을 해제한 것은 지난해부터잇따라 내놓은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것이다.

또 올들어 최악의 부진을 보이면서 내수침체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건설경기의 연착륙을 위해 투기억제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날 조치에 대해 최근 위축돼 있는 건설경기와 부동산시장 거래가 다시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부동산시장에서 투기망령이 재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 앞으로 부동산정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 안정..건설경기 부진 판단

건설경기는 올들어 수주액이 계속 두자릿수의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하반기 이후에는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5%에 달해 향후 침체가 계속될 경우 무더기 실직사태와 내수부진 등 경기를 악순환시키는 요인을 제공할 것으로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건설업에서 취업자수가 33개월만에 처음으로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전체 실업률을 5개월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려놓아 건설업의 경제전방위 효과를 실감케 했다.

이밖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부동산가격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투기지역으로 묶여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것도 정부를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지난달초 "투기지역을 영원히 묶으려는 것이 아닌 만큼 탄력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라고 밝혀 부동산정책의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지정은 적극적으로..해제는 보수적으로

투기지역에 대한 해제조치가 시작되면서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1,2년전과 비교해서 부동산시장이 크게 안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신행정수도 이전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 기업도시 개발 등이 잇따르면서 여전히 재과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투기지역의 신규 지정은 전향적으로 하되 해제는 되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날 토지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 가운데 충남 태안의 경우 지가상승률이 정부의 지정기준에 다소 못미쳤으나 신행정수도 인근 지역이어서 부동산투기 우려가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정부는 또 서울 등 수도권과 신행정수도 이전 지역인 충청권 지역의 경우 이날심의에서는 해제지역에서 단 한 곳도 포함시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당분간 해제대상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투기억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앞으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 가운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읍.면.동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요청이 있을 경우 실지조사를 거쳐 투기지역에서 제외키로 해 광범위한 해제는 되도록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번에 해제된 지역은 모두 지방이라서 당장 부동산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만약 급등한다면 다시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 논란은 진행형

정부가 투기지역 해제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면서 향후 부동산정책에 대한 논란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앞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강력히 반발하고있는 가운데 이번 투기지역 해제는 투기억제와 분배에 초점을 맞추던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낳고 있다.

반면 부동산투기와는 거리가 먼 서민들은 정부가 다시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며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 참석한 한 민간위원도 "투기지역을 섣불리 해제하면 다시 부동산이 들끓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이같은 우려를 전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부동산경기가 워낙 위축돼 있는 상태라 더이상 위축되면 내수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단계적으로 연착륙 방안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그러나 "정부가 한꺼번에 규제를 풀 경우 겨우 안정국면에서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