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증가가 부진한 주된 이유는 급격히 치솟고 있는 건강보험료 부담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정부 통계와 업계 조사자료, 고용주와의 인터뷰 결과 등을 종합하면기업들이 정규직원 고용을 꺼리는 데는 연평균 근로자 1인당 3천달러에 달하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유가상승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증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올해 1.4분기 기업들의 의료보험료 부담은 연간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8.1%나 증가해 물가상승률이나 임금 상승률의 3배에 이르렀다.

메릴랜드주의 전자장비 시스템 설치업체인 커스텀 일렉트로닉스의 경우는 해마다 가중돼온 기업들의 의료보험료 부담 실태를 잘 보여준다.

이 업체의 스티브 헤이에스 사장은 "지난 4년간 건강보험 보험료가 해마다 22%씩 올라 지금 33명의 종업원들을 위해 회사측이 부담하는 보험료만 매월 4천150달러에 이른다"면서 "그동안 회사의 매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의료보험료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헤이에스 사장은 의료보험료 부담 때문에 종업원을 더이상 고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과거에는 채용 여부를 결정할 때 작업량이 주된 고려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비용부담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헤이에스 사장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고용주들이 적지 않아 미국은 이미 오래전 경기침체를 벗어났지만 고용은 올해 상반기 몇개월동안만 반짝 증가했을 뿐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임금이 거의 늘지 않더라도 의료보험료 부담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인건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어 기업들이 고용 증대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4분기 근로자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건강보험료가 대부분인 복지혜택은 7.3%나 늘어났다.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업계 `빅 스리'가 지난해 지출한 건강보험료는 모두 85억달러에 달했다.
GM은 현직 및 퇴직 근로자들에 대한 건강보험료 때문에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한대당 평균 1천400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의료보험료 때문에 수익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은 고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보험료부담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거나 피부양자에 대한 진료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등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기업들이 건강보험료 부담 증대를 이유로 임금을동결 또는 삭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이 문제는 노사간에도 심각한 마찰 요인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료가 이토록 과도하게 치솟은 데는 값비싼 신약 사용의 증가 등으로 인한 의료비 증대, 의료기술 발달로 인한 고가 장비의 사용 증가, 건강보험료를 인위적으로 억눌러 왔던 과거 규제들의 역작용 등 여러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건강보험 제도가 미국 경제의 잠재력을 잠식하고 고용증가의 걸림돌로까지 부각되자 이 문제는 당연히 올해 대선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중소기업들이 업종별 협회를 통해 단체로 건강보험에 가입함으로써 할인혜택을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중이지만 보험업체들과 일부 정치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 진영도 중병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가운데 75%를 연방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일선 기업의 건강보험 부담을 던다는 공약을 마련했지만 막대한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