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음미해볼 만한 말들을 많이 남겼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맹방이었던 북한에게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과감하게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를 도입할 것을 기회있을 때마다 촉구했고, 한국과의 수교를 결정할때는 실리주의자다운 명언을 쏟아냈다.

▲"미국, 일본과 무역이나 스포츠, 기자교류 등을 활발히 하면 한반도 평화통일분위기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1979년 4월23일 오전 베이징(北京)을 찾은 김일성(金日成) 북한주석에게 전한 말이다.

덩샤오핑은 앞서 20일 오전에도 회의를 갖고"김주석이 주창한 조선의 자주.평화 통일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중국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이 최근 펴낸 덩샤오핑 연보에 수록돼있다. 연보에 따르면 덩샤오핑과 김일성 주석은 모두 11차례 만났다.

▲"중국과 조선은 특수한 관계다"= 1981년 1월12일 북한 정무원 총리 이종옥(李鍾玉)과 베이징에서 만난 자리에서.

▲"분열돼있는 1개 국가의 상태는 빨리 해소돼야 한다. 하지만 남북한 통일은 10년안에 이뤄질 수 없으며, 100년만에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981년 5월3일 중국을 방문한 중일우호협회 일본측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덩샤오핑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면서 "(김 주석이 제창한) 연방형태의 통일은 남북 쌍방사회의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서 통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반대한다"고 말해 일본의 우경화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당내에 노인네들이 너무 많다. 젊은 인재들이 우리를 대체하는 일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임무이다"= 1983년 6월11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金正日)을 만나 혁명세대의 교체를 언급했다.

▲"미래는 젊은이들의 것이다...통일은 군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1987년 5월22일 김 주석과 톈진(天津)에서 만나서 세대교체와 함께 남북 통일문제를 언급하면서.

▲"이제 개혁.개방해야 한다. 김 주석은 선전에 가보았는가. 다음 기회에 꼭 가보길 희망한다. 선전에서는 이제 기술력이 좋은 제품이 생산돼 국제시장에서 팔리고있다"= 1987년 5월24일 다시 김 주석과 만나 북한의 개혁을 촉구했다.

특히 선전 등경제개발특구를 직접 방문하길 권유했다.

▲"중국과 북한은 피로 맺어진 사이이다" "중국은 남조선에 의한 북침도, 북측에 의한 남침도 찬성하지 않는다"= 1987년 6월4일 일본 공명당 대표단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면서 전쟁에 의한 통일에 반대했다.

▲"서울올림픽 참가문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를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당시 민감한 현안이었던 서울 올림픽과 관련해서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 말은 암시적으로 중국의 참가를 시사했다.

결국 서울 올림픽에 중국 대표팀이 참가하자 김 주석은 그 해에는 아예 중국을찾지 않았고 1992년 한.중수교를 앞둔 1991년 10월 덩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중국발걸음을 끊었다.

▲"경제방면에서 개혁을 해야한다. 인민생활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하지만)미국식이나 서방식 민주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1991년 10월5일 김일성 주석과 마지막으로 만나서 사회주의식 개혁.개방의 길을 논의했다.

이른바 `정.경분리'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개혁.개방의 원칙을 분명히했다.

▲"한.중수교는 중국에 유익무해(有益無害)하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의 외교부장이었던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외교담당 부총리는 최근 회고록에서 당시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의 발언을 소개했다.

덩은 한중관계 정상화에 줄곧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첸 전부총리는 강조했다.

1985년 4월 덩은 한중관계를 언급하면서 "중.한관계 발전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을 벌수 있어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며 한국이 대만과 단교하기 때문이었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란 실용주의적 이론으로 중국식 시장경제를 주창한 덩의 현실주의적 시각이 잘 엿보인다.

첸 전 총리는 1988년 5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사를 만날 때마다 덩샤오핑이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관계발전은 이익만 있고 손해는 전혀 없다"고 거듭말했다고 전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양국에 모두 이롭고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통일에 유리하다는 말이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