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천번씩 '나는 재수있다. 나는 운이 따르는 사람이다'라고 외쳐라. 이 말을 소리내서 말하면 당신도 점점 자신의 '재수(행운)'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행운'의 문이 넓어져 '재수'가 붙는 횟수가 늘어나 행복하게 된다.

이 행복의 파동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다"(사이토 히토리著 `이상한 사람이 쓴 재수있는 이야기'에서) 1993년부터 11년 연속 일본 개인 납세 랭킹 10위권을 벗어난 일이 없는 `베일에싸인' 일본 제일의 갑부 사이토 히토리(齊藤一人. 59)의 정체에 일본 사회의 이목이집중되고 있다.

11년간 개인납세 랭킹 10위권을 유지해온 사이토는 작년에 2번째로 개인납세액 일본 1위를 차지했다.

세금을 근거로 역산한 작년 추정 소득액은 31억엔(약 310억원). 단연 일본 제일의 갑부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신원을 파헤치려는 일본 언론들의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체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있다.

월간지 분게이슌슈(文藝春秋) 9월호는 "일본 제1의 부자 사이토의 정체"라? 제목의 기사를 실었지만 제목만 그럴듯할뿐 결론은 `모르겠다'다.

사이토는 대체 어떤인물인가. "○○○의 모든 것"식의 주간지 제목처럼 읽고나면 "속았다"는 느낌이지만 그나마 이 수수께끼 인물의 편린이라도 알아보려면 논픽션작가 다카하시 히데미네(高橋秀實)의 총력취재를 따라가 보는 수 밖에 없다.

사이토 히토리는 `긴자(銀座)마루칸(漢)'의 창업자다. '마루칸'이 취급하는 상품은 주로 건강식품.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는 아오지루(靑汁)도 그가 내놓은히트상품의 하나다.

그는 또 "이상한 사람이 쓴 사면 손해보는 책"과 같은 엉뚱한제목의 책을 써내 잇따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려놓은 정체불명의 작가이기도 하다.

90년대에 일본이 10년 장기불황을 겪는 속에서도 유일하게 "혼자"(사이토의 이름 히토리(一人)는 혼자 또는 한명이라는 뜻) 호황을 구가한 사람이다.

본인이 밝힌 성공비결은 앞서 소개한 "하루에 1천번씩...."이다.

사이토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다. 취재신청은 팩스나 녹음테이트로만이뤄진다.

고객상담용 무료전화로 전화를 하거나 긴자에 있는 전시장을 찾아가 봐도"글쎄요.

아마..."라거나 "○○라고 생각한다"는 애매한 대답만 돌아온다. 아예 가공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납세액 기준 부자순위표에 있는 주소를 찾아가봤다. 사이토라는 사람은 없고 상가 가운데 달랑 작은 2층 연립주택이 서있을 뿐. 유리로 돼 있는 1층에 '㈜긴자마루칸 사이토상점'이라고 적혀 있다.

㈜긴자마루칸의 직원은 달랑 5명. 그중 한명에 따르면 여기가 보통 말하는 본사'다. 정체불명의 갑부 사이토는 ㈜긴자마루칸 회춘정책연구소(정식명칭)의 사장이 아니다. 이곳에 가게를 빌려 들어있는 사이토상점의 주인일뿐이다.

사이토상점에는 직원이 없다. 그의 이름 그대로 '一人'가게다.

"우리끼리는 '대개인(大個人)이라고 부릅니다. 마루칸의 상품은 사이토가 혼자 개발해 본사에서 제조합니다. 생산제품은 사이토상점이 전량 구입해 전국에 있는 9명의 `제자'에게 도매합니다."

직원의 설명을 들어도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다. '대개인'과 '제자'는 마치 종교조직같기도 하다.

한번 정리해보자. 마루칸에서 제조판매되고 있는 건강식품과 화장품은 사이토가 써준 메모를 토대로 제약회사의 노는 시설을 빌려 생산한다. 상품개발은 혼자서 한다.

"연구원은 없어요. 사이토씨의 머릿속이 제조실인 셈이에요".

'1번제자'로 불리는 시바무라 에미코(柴村惠美子)의 설명을 들으면 더 헷갈린다.

"혼자서? 그래도 괜찮습니까?".

"사이토씨는 넓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머릿속이 자료로 꽉 차있어요.그게 툭 튀어나오면 상품이 되는 거지요. 요즘도 하루에 책을 1-2권씩 읽는다고 해요"

제품의 원료는 제품명 슬림드칸의 경우 허브가루차, 질경이씨, 다시마분말 등이다.

다른 곳에서 파는 건강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2개월분 한병 가격은 1만엔(10만원)선으로 다소 비싼 편. 이런 제품들이 일본 전국 3천-4천개의 '특약점'을 통해일반에 팔린다.

사이토(메이커)→제자(도매점)→특약점(소매점)의 유통경로도 보통의약품이나 화장품과 별로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차이는 영업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점이다.

의약품이나 화장품업계의 원가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도쿄증시 1부에 상장돼 있는 31개사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원가는 33.5%에 불과하다.

70% 가까이가 이윤인 셈이지만 대기업의 경우 광고선전비, 영업사원 인건비, 소매점 리베이트 등의 판매관리비가 엄청나 최종적인 영업이익률을20% 정도다.

이에 비해 마루칸은 '본사' 직원이 불과 5명. 제자들은 개인사업주고 특약점도 전속이 아니라 보통 약국이다.
마루칸측은 영업상 비밀이라며 원가비율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의 평균치를 적용하면 대기업과는 달리 추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떼돈이 안벌리면 오히려 이상하다.

실제로 전국 갑부에 오른 사람은 사이토 한사람이 아니다.

제자중 한사람은 도쿄 가쓰시카(葛飾)세무서 관내에서 5년 연속 납세액 1위를 차지했고 앞서의 시바무라도 올해 홋카이도(北海道) 오비히로(帶廣)세무서 관내 납세액 랭킹 4위였다.

소득이 많으면 세금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보통은 회사를 만들어 절세길을 찾게 되지만 사이토는 "일부러 갑부 순위에 오르도록 하고 있다"는게 '애(愛)제자'의 전언이다.

'1등갑부'에 등재됨으로써 별도의 선전비를 들이지 않고도 물건이 팔린다는 사실까지 계산했다는 것이다.

1등갑부가 되면 TV와 신문이 대대적으로 다뤄주고 이를 본 약국들이 '그렇게 떼돈을 버는 사업이라면..하고 다투어 특약점을 자원한다는 것. 철저히 "무소유 경영"을 하되 "적극 납세"를 통해 선전비를 절약하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영업기법은 본인이 말하는 "재수(행운)"만으로는 안되는 경영전략인 셈이다.

특약점에 정가로 판 상품을 정가로 반품을 받아주는 것도 마루칸만의 기발한 영업전략이다.

특약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점포가 없어도 되는 것은 물론 권리금이나 복잡한 계약도 없다.

특약점이 단 한개를 주문해도 물건을 공급한다.

소매점은정가에 사서 정가에 팔기 때문에 표면상 한푼도 이익이 없지만 안팔리더라도 구입한개수만큼 수수료(정가의 20-30%)를 리베이트로 주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

게다가 안팔린 상품도 유통기한만 지나지 않았으면 전량 반품을 받아준다.

그것도 팔 때의 정가로 받아주기 때문에 다른 기업제품처럼 헐값에 제품이 다른 유통경로로 새는 일도없다.

마지막으로 마루칸의 영업비결의 백미는 약사법이나 관련법을 어기지 않는 교묘한 합법적 제품소개 방법이다.

마루칸의 제품은 후생노동성의 허가가 필요한 '의약품'은 물론 '의약부외품'도 아니다. 그렇다고 `특정건강용식품'도 아니다. 일체의인.허가가 필요없는 보통 '식품'이다.

"이런 증세에 좋다"거나 "이런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하면 '약리효과'를 선전한 것이 돼 약사법 위반이 된다.

그럼 어떻게 설명할까.

마루칸의 선전 팸플릿을 보자. '어머니의 노래'라는 소책자를 보면 "3만명의 목숨을 구하자"고 씌어있다.

연간 자살자가 3만명, 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몇십만명 하는 식으로 느닷없이 사회문제를 거론한다.

그런 다음 "우리는 자살이나 울증의원인이 혈액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식사의 균형이 안맞으면 세포 한개한개의 원기가 없어져 작은 스트레스에도 지고 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가정에서 병에 걸리지 않는 식사를 하자"고 호소하면서 "혹시 금전적이유 또는 시간적 이유로 확실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분이 계시면 슈퍼 아오지루(靑汁)(먹기쉬운 과립형 3천500엔)로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약리효과'를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약사법 위반혐의를 교묘히 비켜가는 것이다.

취재결과에 따르면 사이토는 194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세탁소집의 다섯째 아들로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중학교 졸업후 트럭운전사, 페인트공 등을 거쳐 24세때인 1972년 긴자마루킨의 전신인 긴자니혼간포(日本漢方)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이상은 알려진게 없다.

매스컴을 극력 피하는 이유는 뭘까.

본인은 저서 `이상한 사람이 쓴 놀랄정도로재수좋은 이야기'에서 "훌륭하게 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이들통나면 더 큰 일이다.

아예 `이상한 사람이니까 봐주세요'하는게 편하지 않은가"라고 쓰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