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2명을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범인 이학만(35)이 도주 8일만인 8일 오후 6시55분께 서울 강서구 방화3동 H빌라에서주민의 신고로 검거됐다.

서울 강서경찰서 공항지구대는 이날 오후 6시40분께 "경관 살해범이 침입했으며,아기와 내 어머니가 함께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 이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시민의 침착한 대응과 신속한 신고로 이씨의 도주극은 사건발생 8일만에 막을내렸다.

◆ 주택 침입 및 검거 = 범인 이씨는 이날 오후 2시께 강서구 방화3동 H빌라 2층 열린 창문으로 침입, 손녀(4)와 함께 안방에 있던 주부 박모(48)씨를 위협했다.

침입 순간 "내가 경찰관을 죽인 범인"이라는 이씨의 말에 놀란 박씨는 곧바로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씨에게 "국수를 끓여 주겠다"면서 국수와 과일을 내주고 대화를 하며 범인을 안심시켰다.

박씨는 4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40분께 이씨가 한눈을 파는 틈을 타 경기도 광명에 사는 아들 신모(28)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학만으로 보이는 남자가 집에 들어왔다.
경찰에 빨리 신고하라"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의 전화를 받은 신씨는 바로 112로 신고했고 서울 강서경찰서 공항지구대가 출동, 6시55분께 이씨의 검거에 성공했다.
검거 직전 경찰이 들이닥치자이씨는 소지했던 흉기로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찌르는 등 자해소동을 벌였다.

경찰은 이씨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도주 경로와 도피생활 도중 추가범행을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H빌라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공터에서 이씨가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크레도스 승용차를 발견했으며 조회 결과 이 차는 2일 오후8시~3일 오전8시께구로구 구로동에서 도난된 차량으로 밝혀졌다.

◆ 자해소동 = 이씨는 오후 6시55분께 경찰이 들이닥치자 안방에서 복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자해한 채 피투성이가 돼 쓰러져 있었다.

경찰에 포위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이씨는 화장실로 숨은 박씨에게 "나 이제죽으러 간다"고 말한 뒤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해를 기도했다.

열린 창문으로 박씨의 빌라에 들어간 경찰은 안방에서 이씨를 발견, 옷으로 출혈을 막고 오후 7시20분께 이대 목동병원으로 후송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8시55분께 봉합수술차 수술실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송 도중 이씨는 경찰에게 "죽게 내버려두지 그랬느냐"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병원 측은 이씨가 앞으로 2~3일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 도피행각 = 이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5분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C커피숍에서 자신을 검거하러 온 서부경찰서 소속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자신의 택시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이씨의 택시는 이튿날인 2일 오전 8시55분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지만 경찰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돼야 밝혀지겠지만 이씨는 경찰의 집중 검문검색과 공개수배를 피해 도피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마땅한 은신처를 찾지 못하고 차를 훔쳐 공원 등을 배회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씨의 가족과 친구 등 이씨가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을 모두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씨는 노숙자와 같은 떠돌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조성현기자 hskang@yonhapnews